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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뜰살뜰 구구샘 Apr 22. 2024

장하다 우리 아들! IQ 80이라고?

가나자와 사토시, <지능의 역설>

[IQ 120 vs. 80]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장담한다. 1000명 중 995명은 IQ 120을 고를 것이다. 남은 5명은 뭐냐고? 실수 아니면 장난, 둘 중 하나임에 내 새끼 손톱(흰색 부분)을 건다.


초등학생 시절 IQ 테스트를 이 악물고 봤던 게 생생하다. 정확히 몇 점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세 자릿수였다. 상위 50% 안에는 들었다는 뜻일 거다. 결과표를 받아 들고 기뻐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날 보상으로 거북알이라는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건 확실하게 기억난다.


우리는 그렇게 자랐다. '높은 IQ' = '좋은 것'이라고 믿으며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지능의 역설>은 완전 다르게 말한다. 지능이 높은 게 좋은 거라는 상식을 깨부순다. 오히려 고지능자가 세상 살기 힘들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람? 우선 요즘 유행하는 걸로 몸부터 풀어보자.



[ESTJ = 좋은 거 vs. INFP = 나쁜 거]


이런 말 함부로 했다간 전국의 인프피들에게 돌팔매질당할 거다. MBTI에 좋고 나쁜 건 없다. 그냥 각자의 특질이 다를 뿐이다. 그 누구도 MBTI로 우열을 가리진 않는다.


지능도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IQ 120이 80보다 성공한 인생을 산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MBTI처럼 접근하는 게 마음 편하다.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게 말이다.



조상님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조선시대 조상님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훨씬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뻗어 나온 동굴에 살던 우리 선조 이야기다.


사피엔스는 동굴에서 살았다. 30만 년을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철근 콘크리트로 된 아파트 속에 산다. 30만 년이라고 하니 감이 잘 안 온다. 전체 기간을 100으로 나눠 한 줄로 세워보자.


-1~99번 조상님: 동굴에 사셨음

-100번째인 나: 아파트에 살고 있음


나 빼고 다 동굴에서 주무셨다. 오직 나만 아파트에 산다. 이제 다시 질문해 본다. 누가 자연스러운 건가?


Q. 다음 중 사피엔스에게 어울리는 거주지는?

  1. 동굴

  2. 아파트


그렇다. 동굴이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공간은 동굴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제 다시 정리해 본다.


-동굴과 가깝다? 자연스럽다.

-동굴에서 멀어졌다? 자연스럽지 않다.


이제 누가 자연스럽게 행동하는지 골라 보자.




우리는 오랜만에 토끼를 잡으러 출동했다. 동굴에 사는 남자는 죄다 나갔다. 여자들은 모닥불 주위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1박 2일 동안 꼬박 고생한 끝에 토끼 세 마리를 잡았다. 드디어 고기 맛을 보는 거다. 동굴로 돌아가는 길에 동료 녀석이 발을 접질렸다. 예전에 나도 발을 접질렸는데, 그가 나를 부축해 줬던 기억이 난다. 힘들지만 이번엔 내가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오! 저 멀리 동굴 불빛이 보인다. 토끼 귀를 움켜쥔 채로 손을 흔들었다. 오늘 밤은 동굴에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어느새 우리는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남자들은 고단한 나머지 죄다 널브러졌다.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던 우두머리 할머니가 능숙한 솜씨로 토끼를 손질했다.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겠지?


어? 그런데 막내 녀석이 동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쟤는 피곤하지도 않나? 사냥 도구를 가장 많이 짊어졌기 때문에 힘들 텐데? 어디 가는지 물어봐야겠다.


"이제 해도 졌는데 어디 가?"

"밤하늘에 별 보러 가요."


이놈이 미쳤나? 고기 안 먹을 거야? 지금 나가면 늑대 밥이 될지도 모르는데? 밤하늘의 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배 안 고프니? 우리 1박 2일 쫄딱 굶었어."

"괜찮아요. 먼저 드세요. 저는 별이 움직이는 게 더 궁금해요."


그렇게 막내는 동굴 밖으로 나갔다.




자 이제 질문할 시간이다. 누가 더 자연스러운가?


-고기 먹은 조상님 = 자연스러움(그래야 내일 사냥 나가지)

-별자리 연구한 조상님 = 부자연스러움(당장 내일 영양실조로 돌아가실지도)


근데 최근엔 이걸 '수치'로 나타낼 수 있게 됐다. 바로 앞서 등장한 '지능지수'다. 저 조상님들에게 지능검사를 해봤더니, 상당히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거다.


-고기 먹은 조상님 = 자연스러움 = 지능 점수 낮음

-별자리 연구한 조상님 = 부자연스러움 = 지능 점수 높음


이걸 나만의 용어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낮은 지능: 동굴과 가까움(본능에 충실)

-높은 지능: 동굴에서 멀어짐(본능 거스름)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건 '우열'의 느낌이 아니다. MBTI처럼 생각해야 마음 편하다. E와 I에 우열이 없는 것처럼, 동굴과의 거리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다. 그냥 하나의 특성이다.



자 이제 2024년으로 돌아오자. 우리도 어차피 사피엔스다. 이제 뭐가 더 자연스러운지 골라 보자.


한 친구가 있다. 월급을 받는 족족 탕진한다. 그런데 입만 열면 좋은 아파트 살고 싶다고 한다. 저축은 한 푼도 안 하고, 심지어 주택청약통장도 없다. 금수저도 아니다. 이런 친구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자연스러울까?


[보기]

1번) 미래를 위해 덜 쓰라고 충고하기

2번) 현재가 중요하니 즐겁게 살라고 하기


당연히 보기 2번이 자연스럽다. 동굴에 살던 조상님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했을 거다. 눈앞에 토끼가 익어가고 있는데 그걸 아껴 먹으라는 게 말이 되나? 심지어 1박 2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지금 안 먹으면 '아끼다 똥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나중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건 사피엔스에게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그럼 보기 1번 팩폭러는 어떨까? 저축하라고 충고하는 친구가 타임머신을 타고 동굴로 간다면? 바로 왕따 각이다. 당장 내일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저축은 무슨 저축인가. 무리에서 쫓겨나서 늑대 밥이나 되지 않으면 다행이다.



-ESTJ와 INFP는 우열의 관계가 아니다.

-IQ120과 80도 우열의 관계가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건 그거다.


우리는 평생 높은 지능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배경지식이 책 읽는 맛을 방해한다. 오늘부터 지능을 MBTI처럼 느껴 보자. E 성향과 I 성향을 우열로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지능도 그렇게 접근해 보자.


-높은 지능 = 동굴에서 멀어짐

-낮은 지능 = 동굴과 가까움


이렇게 바꿔서 책을 읽으면 어떨까. 뿌리 깊은 배경지식이 덜 침투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읽었고, 덕분에 맛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강력히 추천한다.



사진: Unsplash의Ádám Berke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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