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잌썸노이즈!!!! 소리벗고 팬티질러!!!
낯선 방문을 가로막고 있는 하얀 쇠창살이 보인다.
음.. 장모님 집은 아닌 거 같다.
나는 쇠창살 안쪽 누워있다. 내 뒤통수를 반드시 동그랗게 만들겠다는 아빠 사람의 알 수 없는 신념에 따라 거의 한 몸처럼 날 따라다니는 두상 베개 위에 벌렁 누워있다.
‘이건 뭐지? 꿈인가? 이번엔 저세상 꿈은 아닌 거 같은데.. 여긴 어디람?’
아무리 대천문이 열려있어서 영적으로 예민하다고는 해도 이렇게나 꿈을 많이 꾸다니.
그것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도 없는 이상한 꿈. 삼신한테 이건 나중에 한번 따져 물어야지 정말.
현생 내보냈다고 A/S가 이래서야 원.
'헉. 근데 저건 뭐지?'
등꼴이 갑자기 오싹해진다. 쇠창살 너머로 반짝이는 금빛 눈이 두 개 보인다.
그 눈빛이 강렬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엎드려 살려달라고 해야 할 것만 같은 매서운 눈빛이다.
나는 무섭지만, 정체가 뭔지 호기심이 가득해 자는 척하며 살짝 실눈을 떠본다.
처음 보는 이상한 생명체가 날 노려보고 있다.
솜뭉치랑은 많이 다른 느낌인데, 거의 지금 내 몸 크기 정도 되는 거 같다.
이상한 소리도 내는데 처음 듣는 소리다. 내 울음 소리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기의 그것과는 다른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음산한 소리.
'헉. 저것들은 또 뭐야?'
금빛 눈빛 뒤편으로 검은색 솜뭉치 같은 게 움직이는 게 보이고, 하얀 솜뭉치.. 아 저건 솜뭉치가 아니다. 솜뭉치랑 비슷한 하얀 뭉게뭉게로 덮여있는 뭔가가 지나다니는 게 보인다.
그나마 저 쇠창살이 막고 있기에 다행이지, 저게 없었으면 저 셋이 나를 잡아먹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등골이 서늘해진다.
여긴 어디고, 저것들은 다 뭐지?
“축뽁아!! 이제 일어나야 돼~ 우리 축뽁이 오늘 어디 가게~? 첫나들이 뚜둥! 옷 입자! 양말도 신고!”
멀리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빠가 이렇게 반가울 때가 있다니.
나는 눈을 뜬다. 여긴.. 장모님 집이고, 엄빠와 솜뭉치가 나를 어리둥절 내려다보고 있다.
‘꿈이었나.. 별 이상한 꿈이 다 있네..’
“그래 축뽁아~ 얼른 가보자! 우리 오늘 백화점 갈 거야! 백. 화. 점! 우리 축뽁이의 첫나들이네! 자 다 입었다. 가볼까?”
백화점이 뭔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렇게 내 몸은 조리원 동기들과 빠이빠이 했던 아빠의 그 카시트에 오랜만에 올려진다.
근데 이거 벨트가 원래 이렇게 꽉 끼는 건가? 내가 살이 찐 건가. 으.. 기저귀에 쌓인 소중이 부분이 너무 아픈데. 아무리 봐도 아빠 사람이 뭔가 나를 잘못 태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솜뭉치 시켜서 너튜브로 아빠 카시트 교육 영상 좀 보게 해야겠다. 금방 도착한댔으니까 참아봐야지 흑.
빠르게 달리는 차창 밖으로 너무너무 쾌청한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색을 볼 수 있게 된 후 첫 외출인 것 같다. 역시나 아름다운 세상. 밖에서 보니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맨날 이 차만 타면 병원 따위나! 가곤 했는데, 그래도 오늘은 병원 아니고 백화점이란 곳이랬으니까.
그래서인지 괜히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 같다.
끼익-
“자! 다 왔다. 우리 축뽁이 내리자.!”
아빠가 드디어 나의 낑긴 소중이와 갇혀있던 내 귀욤 몸뚱이를 카시트로부터 구해준다.
여긴 어디지. 아빠 차 같은 차들이 엄청 많이 서있고, 허억. 이 세상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구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게 보인다. 생긴 게 진짜 다 다르구나. 너무 신기하다.
“여보! 여보가 유모차를 일단 펴야 할 거 같은데?”
나를 데리고 하는 첫 외출이라 그런지 엄빠의 긴장한 모습이 역력히 느껴진다.
저저저 저 봐라. 아빠가 거의 10분째 유모차를 못 펴서 낑낑대고 있다. 그러게. 이런데 오기 전에 유모차 펴는 법을 공부해왔어야지 아빠 사람아. 유모차 접는 법만 그렇게 찾아보더니만 이게 뭐야. 쯧쯧.
에잇 화나. 끙아 할래!! 뽷!!
“헉. 여보. 멀었어? 축뽁이 똥 쌌는데? 어떡해...!!”
엄마의 당황한 목소리. 음. 엄마를 곤란하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그래도 이왕 싼 거 한번 더 뽷!!
“으악! 기저귀 터져 나오겠어. 일단 안에 아기 기저귀 갈 수 있는 곳 있을 거니까 가서 갈고 있을게. 유모차 펴지면 전화해!”
엄마가 나를 안고 달려가며 아직도 유모차에 안다리 걸기 씨름 기술을 시전 하며 낑낑대고 있는 아빠를 향해 소리친다. 아빠 메롱. 난 들어간다요~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아빠가 마침내 유모차를 밀고와 나를 좌석에 안착시킨다.
카시트보다 훨씬 편하다. 역시 비싼 게 좋구나.
와. 그나저나 장모님 집이랑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 휘황찬란한 불빛들과 쾌적한 공기.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이쪽저쪽, 팔을 앞뒤로 흔들흔들하며 거닐고 있다. 신기하다. 평소 라디오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생각들 하며 산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보니. 정말 신기하다.
‘어? 저건.. 아까 꿈에서 봤던 그 까만 거랑 하얀 거 아냐??’
유모차에 매우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던 내 눈에 사람들 손에 쥐어진 줄에 매달려 바닥을 빠르게 뛰어다니는 꿈속 생명체와 매우 비슷한 것들이 보인다. 다행히 그 금빛 눈빛을 가진 생명체는 안 보인다. 그건 뭐였을까 정말.
‘뭐지 저건? 솜뭉치처럼 인간들이 하나씩 저렇게 키우는 건가? 아니면 솜뭉치가 100일 지나면 저런 식으로 바뀌는 건가? 그럼 아까 그 금빛 눈빛이 100일 후 내 솜뭉치? 허억! 그렇게 무서워진다고??
안돼!! 오늘부터라도 잘해줘야겠다. 아까 그 눈빛은 쇠창살이 열리면 당장이라도 날 할퀴겠다는 느낌이었어. 맞아 발톱도 있었던 거 같았어! 후. 그동안 너무 놀려먹었는데.. 이런!!’
“일단 여기 왔으니 그 햄버거를 먹어줘야지!”
엄빠는 마치 모든 계획을 짜 왔다는 듯이 햄버거 집에 가더니 자리를 잡고 햄버거를 베어 문다. 나는 비록 못 먹어 심통이 좀 났지만, 짜파게티를 먹을 때처럼 행복해하는 엄빠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유모차에 앉아서 칭얼거리지 않고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축뽁이 갖고 이런 나들이 거의 못했는데..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나 눈물 날 것 같애.”
엄마가 뭔가 뭉클한 듯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속삭인다.
“나오길 잘했지? 내가 보니까 막 60일도 안된 아기가 필리핀인가? 해외도 막 비행기 타고 가더라고. 뭐 전염병이 아직도 좀 있긴 하지만, 우리 축뽁이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100일이니까 한 번쯤 같이 나와보고 싶었지. 그리고 여보 이제 복직하면 낮에 이렇게 나오고 싶어도 쉽지 않을 테니까. 나 잘했지? 칭찬 칭찬!”
저 철부지 아빠 사람 같으니. 칭찬은 나만 받을 수 있는 건데. 다 큰 어른이 무슨 칭찬해달라고 하고 있는지. 허어어어 참! 별로다 진짜.
햄버거를 다 먹은 엄빠는 나 같은 아기들을 위한 옷 구경도 하고, 이제 백일파티도 해야 한다며 풍선, 고깔모자, 왕관 같은 파티 소품들 구경도 했다.
그리고 수타벅스라는 인어 천사 같이 생긴 이상한 그림이 있는 초록 카페에 가서 커피라는 것도 한잔씩 하더라. 여기서도 엄빠의 표정이 매우 행복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저 둘은 뭔가 맛있는 걸 먹을 때 제일 행복해하는 것 같다.
엄빠의 행복이 곧 내 행복이니 나는 이번에도 유모차에 얌전히 앉아있었다.
첫 외출이고, 이렇게 눈부신 세상은 처음이라 사실 마음이 들썩들썩해서 당장이라도 유모차에서 벌떡 일어나 매잌썸노이즈!!!! 소리벗고 팬티질러!!! 라도 하며 꺅! 소리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아, 난 아직 일어설 수도 없긴 하지만. 뭐 기분이 그 정도로 흥분됐다는 뜻이다.
“음. 이제 시간 다 된 거 같은데? 3층이었나?”
갑자기 엄마가 내 눈치를 힐끗 한번 보더니 아빠에게 무슨 비밀 암호 건네듯 슬쩍 말한다.
“아 그래? 가자! 축뽁이 자나 한번 보고?”
아빠가 유모차 뚜껑을 슬쩍 들길래 난 눈에 힘을 줘 부릅떠주었다.
‘나. 안. 잔. 다. 아빠 사람!! 무슨 짓 할라고? 감히?’
뭔가 분위기가 쎄하다. 이 느낌은.. 설마.
“으앙!!!!!!!!!!” 한번.
“으악!!!!!!!!!!!!!!!!!!!!!” 두번.
“끄아아아악!!!!!!!!!!!!!!!!!!!!!!!!!!!” 세번.
돌았네!! 한 방도 아니고, 두 방도 아니고, 세 방?!!!
왜 백화점에 소아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거지?
유모차에 앉아 저 멀리 보이는 병원의 모습에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의심했어!
그러나 내 왼쪽 허벅다리에 주사 두방, 그리고 오른쪽에 한방.
총 세방 주사로 얻어맞으니 정신이 번쩍 들며 백화점에도 병원이 있을 수 있다는 기가 막힌 현실을 깨달았다.
진짜. 주사 세방 연달아 맞아보셨나? 아니라면 말도 마세요. 저는 무려 주사 세 방을 콱콱콱 한 번에 맞았다구요. 흑흑. 너무 아팠다. 잔인한 어른들.
처음 본 의사 양반과 엄빠의 대화를 들어보니 원래 두 달 차에 2차 예방접종을 맞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이 요망한 엄빠가 나를 백화점 간다고 속이고 병원에 데려온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세방이나 맞아야 하는 예방주사를..
장모님 집에서 미리 알았으면 죽어도 자는 척, 아니면 아픈 척, 기절한 척했을 텐데!!!
1차 맞은 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고?? 하 참! 기가 막힌다. 그때 엄빠가 똑닥이라고 말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그게 가만 보니 병원 예약하는 그런 건가보다. 앞으로 그 단어 나오면 바로! 절대로! 자는 척해야지. 흑흑.
그나저나 이 교활한 어른들은 머리도 참 좋지.
마냥 온갖 신기하고 재미난 것들로 가득 채운 이 백화점 한편에 이따위 병원을 숨겨놓다니!!!!! 퉤! 내가 다신 속나 봐라. 흑흑. 내 허벅다리. 흑흑.
어쨌든 어찌어찌 주사를 맞고, 또 먹는 약 요거도 주길래 먹었는데 매우 달콤해서 호록 호록 다 먹어주었다.
그렇게 2차 접종을 마치고 병원 로비에 나와 내 빵 뚫린 눈물샘을 통해 쏟아져 나온 눈물로 눈이 퉁퉁 부어 엄마 품에 가만히 안겨있었다. 아빠는 수납이란 걸 하고 온다고 잠깐 자리를 비웠다.
맞은 주사가 좀 진정돼서 부은 눈으로 병원을 쭉 둘러보니.. 지난번 1차 때 병원 갔을 때랑은 또 다른 병원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제일 먼저 보인 건, 아빠들 품에 안긴 나 같은 0세들. 자 분노하라 병원에 온 0세들이여!
근데 아빠들은 왜 저렇게 아기 안는 게 세상 어색한지.
저러다 애기 허리 나가지. 저러다 애기 엉덩이 쳐지겠다. 저러다 애기 배 다 찌부되겠다.
불쌍한 신생아들. 서툰 아빠 사람들의 손놀림에 고통받는 건 너희들이로구나.
그리고 이와는 달리, 아빠 없이 엄마 혼자 아이를 안고 온 엄마들도 보인다.
왼팔에는 간신히 아이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문진표라고 하는 종이를 작성하는데 왼팔 위 위험천만하게 간신히 매달려 있는 아기가 뒤로 휘청휘청할 때마다 엄마도 덩달아 휘청휘청하는 게 매우 위험해 보였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렇게 아기일 때 병원 가는 건, 꼭 아빠들도 같이 가줬으면 좋겠다. 엄마 혼자 끙끙대는 모습이 너무 안돼 보였다. 그리고 아기도..
병원에 있는 수많은 엄빠들이 다들 아이를 다루는 데 서툰 게 눈에 보였지만,
그래도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건 그들 모두 아이를 마주 바라볼 때면 너무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거짓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닌 정말 행복한 웃음. 엄빠가 나를 향해 지어주는 그런 따뜻한 웃음.
‘현생이 이렇게나 따뜻한 곳이라는 걸, 내 허벅다리를 아작 낸 병원에서 또 느낄 줄은 몰랐네.’
저 멀리서 아빠가 바보 같은 웃음, 아니, 그 따뜻한 웃음으로 나와 엄마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인다.
비록 내 허벅지는 너무 아프지만, 아빠가 행복해 보이니 나도 행복하다. 그리고 엄마가 활짝 웃으니 나도 활짝 웃게 된다. 너무 행복한 0세 축뽁이는 오늘도 해피해피!
★축뽁이의 1분 육아 꿀팁!
Q. 신생아의 2차 예방 접종?
A뽁. 네. 2차 예방 접종은 대게 출생 후 2달 뒤부터 접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녜녜. 제가 세방 맞아서 그런지 아주 잘 알고 있죠. 정말 정신이 아늑해지다가 설마 두방이 끝이겠지 하다가 세방째 들어왔을 때 정신이 번떡 들더라고요. 제가 직접 맞아봐서 매우 잘 압니다. 2차 예방접종의 종류는 디피디, 소아마비, 뇌수막염, 폐구균 백신. 이렇게 4종류 예방 주사라고 합니다. 근데 왜 세 방이냐구요? 그것은 두 종류는 주사 한방에 같이 맞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마터면 네 방 맞을 뻔..!!
아 어디는 두 방으로 끝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콤보로 맞는다나 어떻다나. 그치만 제가 간 병원은 그게 없었죠. 그래서 세방. 흑흑. 엄빠들도 아기 허벅다리에 세 방 주사로 도배되는 게 걱정돼서 당일날 다 맞아야 하나 걱정하신다고 들었는데, 전문의 선생님 말로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다른 날 맞으면 또 가야 하고, 아기가 주사 또 맞아야 하니까 고통 두배? ㅎㅎ 노우!! 노 모어 주사!!!
아 그리고 위 주사 외에 로타텍(3회)/로타릭스(2회)라고 먹는 약도 이 두 종류 중에 선택해야 하는 게 총금액은 같으니까 그냥 끌리는 거 먹이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뭐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주사 세방에 기억도 송두리째 날라갔................ 흑흑 (주륵)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