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위 제목을 보고 '이 새키가 뭐라는 거야? 감히 브런치 작가를 까?' 란 속마음을 작은따옴표에 감추고 광란의 클릭으로 이 글을 열어보셨다면, 저의 전략은 성공했군요.
제목을 요따위로 어그로 짙게 뿌려야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언젠가부터 브런치스토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찬양하고 계신 어느 작가님의 안타까운 글을 따라 써봤답니다. 네 안타까워요. 정말 좋아하던 작가님이었는데, 공모전 수상을 하셔서인지, 아니면 되지도 않는 <응원하기> 기능이 시작되고부터 서였는지, 문체의 방향이 많이 바뀌셨더라고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 작가님도 그 작가님의 길을 가실 뿐이고, 저도 저의 길을 가면 그만인 거죠.
먼저, 사과를 드려야겠습니다.
아 그 작가님께요? 그건 아니구요.
이 어그로 범벅인 제목에 끌려들어 오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말이죠.
사실 위 제목에는 딱 세 글자가 빠졌습니다.
"나라는"
바로 이 세 글자가 그것이죠.
그래서 원래 제목은,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라는) 브런치 작가 따위를 알까?'랍니다.
그러니 작은따옴표 안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화를 잠시만 걷어주시고 이번 글을 한번 읽어주시겠어요?
언젠가부터,
1.과연 작가님들이 독자님들이 내 글을 다 읽기는 할까?
2.그저 습관처럼 왼쪽 아래 "하트"를 누르시고 서둘러 다른 작가님의 다른 글로 넘겨버리시는 건 아닐까? “브런치에 독자는 없다. 글만 뱉어내는 작가들만 있을뿐.” 이라 쓰신 어느 작가님의 글에 섬뜩했던 건 왜일까.
3.그렇다면 댓글 쓰기 기능을 숨겨드리는 게, 나라는 작가가 할 수 있는 그분들의 편의를 맞춰드릴 수 있는 유일한 건 아닐까?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그건 저만 그런 걸까요?
(솔까말 이런 생각 든 적 있으신 작가님은 지금 왼손을 들어주…ㄱ드립 졔송..)
맞아요. 이 글의 목적은 작가로서의 정체성, 입니다.
되지도 않는 거창한 글자들을 나열했습니다만, 결국 그거죠.
"과연 나 같은 것도 작가라 할 수 있는가."
먼 옛날이 아닌, 가까운 옛날 언젠가 저는 책을 하나 봤습니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라는 노란색 페인팅 같은 굵은 선의 표지가 인상적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의 책이었죠.
그때부터였을까요?
과연 내가 작가인가? -에 대한 불편한 물음표가 따라붙기 시작한 게 말이죠.
매일같이 글을 쏟아내시는 다른 대단한 브런치 작가님들은,
본인이 쓴 글에 대한 확신이 분명하신 걸까요?
"나는 작가다."라는 확신 말이죠. 궁금했지만, 물을 순 없었고, 앞으로도 묻진 않을 거예요.
그것은 무례한 것일 테니까.
그리고 저는 무례하고 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저에겐 물을 수 있죠.
"니가 작가냐?"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봤죠. 누군가 그랬다더군요.
"오늘, 단 한글자라도 글을 썼다면 작가라고."
음. 그렇군요.
그 답이 너무 쉽게만 보였다면, 제가 너무 경솔한 걸까요.
찾고 찾다 원하는 답을 못 찾은 저는 다시 저에게 물었답니다.
"진짜 니가 작가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베르나르도, 똑같은 소재의 글을 A부터 B,C,D,E,F,G,H,I,J,K 그렇게 L버전까지 쓰고 나서야, 아니 그러고도 자신의 L번째 글에도 만족을 못한 채 책에 실었다는데,
정말, 그렇게 매일 한 글자 썼다고 내가 작가야?"
그렇게 정말 매일 물었던 것 같아요.
본업이 있음에도 한낱 "부캐"정도로 생각했던 작가에 대해 제가 이렇게나 매일,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게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브런치 작가님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시나요?
"정말 내가 작가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죠. 그것에 대한 확신의 답을 갖고 계신가요?
궁금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지만, 댓글창은 열지 않을래요.
여러분의 확신의 답에, 저는 고개를 숙일 것 같고, 그런 저를 보고 싶진 않아서요. 아직은.
그래요, 아직은 제 글에 작가님들만큼 확신의 답을 못 찾았기 때문이겠죠?
그래도 그렇게 매일 고민하다 보니, 몇 가지 흐릿했던 것이 선명해지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이제 들려드릴게요. 처음 여쭈었던, 오늘 글의 본론.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나라는) 브런치 작가 따위를 알까?"
모르겠죠. 당연히.
답은 심플하네요. 고민은 깊었는데 말이죠. 허무하게.
그래도 허무하게 무너지는 건, 똘끼와 독기, 낭만과 찬란의 글을 쓰겠다는 저에게 어울리지 않으니까 조금 더 까만 커서를 오른쪽으로 밀어볼게요.
"베르나르 보다 내가 작가로서 나은 점이 있을까?"
음... 없는 것 같아요. 프랑스를 넘어 한국에서 베셀을 여러 번 찍으신 작가님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몇 가지 베르나르 작가님보다 나은 건 있더라구요.
하나. 저는 한국의 현실을 잘 압니다. 아니, 한국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그래도 그 작가님보단 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현실을 품은 소설을 씁니다. “가볍지만 묵직하게”.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예요. 누구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그냥 제 취향이죠. 그 과정이 저는 재밌으니까요.
둘. 색에 대한 표현을 소설에 잘 녹이는 것 같아요.
제 글을 꾸준히 보신 혹시 어느 작가님, 독자님이 계시다면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불안감이 슬쩍 들긴 하지만.. 제 글에는 새빨간, 새하얀, 잿빛의, 짙은, 분홍초록한 등의 색의 표현이 자주 쓰인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면을 독자님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색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도 한답니다. 부디 제가 글을 쓰기 전 떠올렸던 그 장면이 여실히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셋, 한국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노력하죠.
<수상한 퇴근길>에 쓰인 가수 이하이의 '한숨' 이라든가,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라든가. 현재 연재 중인 <천사를 위한 병원은 없다>에서 소개된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 그리고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같은 것 말이죠. 이것이 두 번째 색에 대한 내용처럼, 제가 생각했던 장면이 독자님들에게 전달될 때 귓가에 그런 음악이 들렸으면 하는 마음에 굳이 글에 녹여낸답니다.
그런데, 베르나르 작가님의 최근 작품인 "꿀벌의 예언"에서 작가님이 글을 쓰면서 들은 노래 몇 곡을 따로 기재하셨더라구요. 그래서 이 세 번째 이유는,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노래를 글 쓸 때 들으실 것 같진 않으니까 제가 낫다고 밀어붙이겠어요. 갑자기 BTS가 스치는 건 왜 때문이죠..
일단 여기까지 할까요?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랍니다.
같은 소재로 수십 개의 글을 써내는 능력을 가진, 베셀 작가이면서도 끊임없이 그렇게 노력하는 직업소개란에 "작가"라고 쓰는 베르나르 작가님보다 한낱 '브런치작가'라는 내가 나은 게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말이죠.
아직도 멀었네요.
어그로 짙은 제목을 쓰고도 이 정도 글밖에 짓지 못하는 걸 보면.
(욕을 좀 덜 먹기 위해 끝은 작은 겸손 한 방울 떨어뜨리고 도망쳐봅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W7LQEANNkIg
근데 이제... 이순신 장군에게 영감을 받아 쓰신다니...
이러지 마세요 T_T(징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