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일
: 8월 29일 (처녀자리)
2. 키
: 곧 180. 나 좀 멋짐? 훗
3. 혈액형
: AB형
4. 별명
: 효신이 형 아니면 쉬즈곤 스틸하트? (라고 불렸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너구리ㅋㅋㅋ
5. 가족관계
: 아빠, 엄마, 동생
6. 좌우명
: 될놈될. 될 놈은 된다.
7. 취미
: 맨발노래방 가서 노래 부르기.
8. 특기
: 노래.
9. 버릇
: 딱히?
10. 최근 관심사
: 일렉 기타 배우기. 간지 좔좔!
11. 가능한 외국어
: 한국어? 질문 왜 이럼 ㅋㅋㅋ
12. 어릴 적 꿈
: 대통령
13. 지금 꿈
: 가수지 당근 ㅎㅎ
14. 내 성격의 단점
: 단점이 있나 굳이?
15. 내 이상형
: 당연히 착한 성격, 작은 얼굴, 하얀 피부, 웃을 때 예쁜 미소, 쌍꺼풀 없는 눈, 센스 있는 패션. (펑퍼짐 교복 완전 최악), 안경은 안 썼으면, 아, 그리고 단발머리! 이게 아주 중요함 큭큭
16. 결혼하고 싶은 나이
: 30살 전에. 일찍 하고 싶다
17. 좋아하는 색
: 초록.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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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잉.. 더 보고 싶은데.. 일촌만 볼 수 있네...’
책상의 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앞 뒤로 뚱뚱한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던 호랑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들과 캥모아에서 맛있는 과일빙수를 먹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집에 돌아온 호랑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친구에게서 뺏은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미니홈피 속 일촌 파도타기였다.
사진을 건네준 친구의 미니홈피의 일촌 목록을 따라 화면을 내려보니 당연하게도 사진 속 주인공인 그 남학생의 미니홈피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두근두근 마주한 N문 N답.
아직 그를 한 번도 본 적 없건만, 마주한 그 N문 N답으로도 이미 누구보다 그에 대해 잘 알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몰래 훔쳐보는 일이 이렇게나 묘한 설렘을 주는 것인 줄 처음 느꼈다.
물론 이런 호랑의 존재를 그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또 대놓고 좋아한다는 말을 절대 못 하는 중2 사춘기 소녀 I 성향의 호랑이였기에 앞으로도 알게 될 가능성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누군가를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짝사랑도 누군가에겐 첫사랑일 수 있는 거니까.
비록 어렸던 호랑이였지만, 호랑은 사랑이란 게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듯이, 꼭 그 사람도 날 좋아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이렇게 멀리 서라도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그 마음에 순식간에 말랑말랑한 분홍빛을 그리게 하는 정체가 무언지 궁금해하고, 그 무엇이 누구인지, 그 누군가가 정말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렇게나마 몰래 숨어 엿보고, 기억하고, 그렇게 설레고, 더 설레고.
비록 일방적인 짝사랑에 불과할지라도, 마음속 이런 설렘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그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 지극히 호랑답게.
‘아! 물론 그도 이런 나를 알게 되고, 그래서 서로 사랑을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꿈결처럼 행복하겠지만.’
한참을 화면을 스크롤해 가며 N문 N답을 훔쳐보던 호랑은 생각했다. 그리고 N문 N답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드디어 호랑이 궁금해하던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15. 내 이상형
: 당연히 착한 성격, 작은 얼굴, 하얀 피부, 웃을 때 예쁜 미소, 쌍꺼풀 없는 눈, 센스 있는 패션. (펑퍼짐 교복 완전 최악), 안경은 안 썼으면, 아, 그리고 단발머리! 이게 아주 중요함 큭큭
그의 이상형 항목을 발견한 호랑의 눈말울이 당장이라도 울음이 날 것처럼 변해버린다.
시작은 좋았다.
왜냐하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호랑은 당연히 성격이 착했고, 얼굴도 작았으며, 피부도 나름 하얀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서랍장 속에서 작고 동그란 손거울을 꺼내 미소를 지어 보이니 당연히 예쁜 미소를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아빠를 닮아 쌍꺼풀도 없는 무쌍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의 소유자였으니까.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래, 늘 이 '하지만'이 문제지.'
당시 교복이 너무 편해서 좋았던 호랑에게 있어 패션은 밥 말아먹을 때나 필요한 쓸데없는 물 같은 것이었고, 당연히 교복도 펑퍼짐하게 입고 다녔다. 엄마가 교복 살 때 말했던 대로 아직 중학생인 호랑의 몸은 금방 금방 커서 예쁜 몸매를 자랑하며 쑥쑥 자랄 것이라고 호랑은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호랑은 작은 얼굴을 반 이상 가리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고, 무엇보다 긴 생머리를 유지했다.
그때였다.
"단발머리..?"
이상형 질문의 마지막 문장에 남아있는 네 글자를 무심코 따라 읽던 호랑의 머리에 지랑의 얼굴이 스쳐갔다. 순간적으로 떠올랐을 뿐인데 지랑의 얼굴이 떠오른 순간부터, 이 이상형의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모든 문장이 호랑이 아닌 지랑을 가리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에이, 설마...? 갑자기 재수 없게 이지랄이 떠오르고 난리람? 쌍둥이니까 얼굴은 똑같지만... 에이~, 이지랑은 '착한 성격' 항목에서 탈락이지 일단, 이지랑은.’
지랑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워내려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며 호랑은 계속해서 N문 N답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 N문 N답을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읽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가슴속 그 찌릿한 설렘이 좋아서.
그 설렘을 다시, 또다시, 그렇게 계속 느끼고 싶었어서.
이상형 항목이 내내 마음속에 찝찝한 무언가가 남긴 했지만.
꼭 그랑 사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은 아니었다. 물론, E 성향의 지랑이라면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가지려고 달려들어 생 난리를 피웠겠지만, I 성향인 호랑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건, 무엇보다 첫사랑의 감정이란 건 그런 무지막지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중학교 2학년, 그 순수하던 시절 처음 느껴본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러한 것이었을 뿐.
그저 그는 자신을 알지도 못하겠지만, 자신은 이렇게나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또 알게 되었고, 더 알고 싶어지는 그런 설렘. 그리고 혹시, 그래, 만약에라도 혹시... 그도 바닷가 파도처럼 쓸리고 쓸려 이 미니홈피 속 파도타기를 하다가 자신이라는 고독한 섬에 닿아, 우연찮게도 자신을 운명처럼 발견한다면 이호랑, 자신의 이름 세 글자 정도는 알아줬으며 하는 마음. 그 정도면 밤새 설레서 잠도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마음.
그런 가슴 저릿한 설렌 마음을 느끼며 호랑은 그동안 자신이 자신의 미니홈피 속 업로드했던 자신의 안경 쓰고 있는 사진, 짧은 똑 단발 사진, 펑퍼짐한 교복 속에 갇힌 자신의 사진들을 몽땅 비공개 전환하였다.
혹시나, 그 첫사랑이 운명처럼, 그래 정말 운명처럼 파도에 자신이라는 섬에 쓸려왔는데, 그의 이상형에 못 미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할 것을 우려하는 그 시절 순수한 걱정을 담아.
<다음 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