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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야자? 그까이꺼!

by 빨양c


“야 이호랑! 뭐 해? 축제 갈거냐구.”

캥모아에서 같이 과일빙수를 먹었던 뿔테 안경을 코에 걸친 친구 하나가 호랑에게 말한다.


“아! 깜짝이야. 놀랬네!”

당황한 호랑은 서둘러 책상 밑 서랍에 무언가를 숨기며 말한다.


“뭐야? 그거 뭔데? 뭔데 그렇게 온갖 티 다 내면서 화들짝 감추시나?”

뿔테 친구 옆에 앉아 자신의 일자 앞머리를 도끼빗으로 빗던 친구가 말한다.


“아…. 아냐. 아무것도. 근데 뭐라고?”


“야, 얘 진짜 요새 좀 수상하지 않아? 요요 볼때기가 항상 불그스름해 있는 게, 꼭 울 엄마 찜질방 안에 들어앉았을 때처럼 얼굴을 화끈화끈 덮이고 있단 말이지.”

뿔테 친구는 호랑의 볼을 짓궂게 꼬집으며 말한다.


“그러게. 요 볼때기 봐? 요 기지배. 너 뭐 있지? 수상해. 그 아래 숨긴 건 뭔데? 책?”

“에이. 아무것도 아니래두. 근데 아까 뭐라구? 축제?”

호랑은 무심한 척 작은 주머니에서 작고 동그란 손거울을 꺼내 자기 얼굴을 비추며 무심히 말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볼이 정말 벌겋게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못 놀라며 손바닥을 펴 볼을 어루만진다.

“응. 축제. 이따 같이 갈 거지?”


“야야, 요 어린것들. 그 시간에 학원가야 하지 않겠니?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

어루만질수록 하얘지기는커녕 더 빨개지는 볼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눈을 찡그리며 호랑이 말한다.

“엥? 학원? 이게 지금 다 뭔 소리야? 나는 수업 끝나자마자 야자 째고 우리의 낭만을 가로막고 있는 저 망할 학교 담벼락을 힘차게 뛰어넘을 생각이었는데?”

분명 겉모습은 세상 얌전해 보이는 뿔테안경 친구가 발랄한 목소리로 말한다.


“맞아, 이런 날은 야자 정도는 째줘야돼. 우리도 숨 좀 쉬어야지. 공부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호랑이 얘는 가끔 이렇게 꼰대 같은 소리를 한다니까. 너 딴 애들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마. 꼰대랑 누가 놀아주겠니?”

도끼빗 친구가 호랑에게 핀잔하듯 말한다.


“에이. 그래도 비싼 학원비 생각해서 학원은 가야 하지 않겠니 불량 친구들아? 지금도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엄마 아빠..”


“어이구. 대단한 꼰대 훈장님 납셨네. 됐어 얘. 그럼, 우리끼리 가면 되지 뭐. 열공해서 백쩜 맞으세요 훈장님!”

뿔테 친구가 다그치 듯 호랑에게 말한다.


“그래그래, 야 그냥 우리끼리 가자. 내가 야자 째는 방법도 생각해 놨어. 저기 창문에 커튼 보이지? 저거를 타고 창문으로 내려가는 거야. 그런 다음에 교문 옆 담벼락을 넘어야 하는데, 요 치마로는 넘을 수가 없으니까 치마 속에 체육복을 일단 입어….”


“아 맞다! 근데 걔 밴드도 나온다더라, 이번 축제에?”

도끼빗 친구의 탈출 계획을 듣던 뿔테 친구가 갑자기 말을 꺼낸다.


“걔? 누구?”


“그때 내가 캥모아에서 보여줬던 스티커사진에 걔네 있잖아. 걔 그 학교 다니잖아. 그리고 걔 밴드 공연한던데?“

애써 두 친구의 대화를 못 들은 체하던 호랑은 도끼 친구의 이 말에 진정되어 가던 거울 속 자기 얼굴이 다시 새빨갛게 물들어 오른 걸 느꼈다.


“음..? 아! 맞다! 오늘 학원에서 시험 본댔지. 진도 나가는 거 아니니까 오늘 하루는 안 가도 될 거 같은데..”

호랑은 두 친구가 들으란 듯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엥? 모야 얘. 그럼, 너도 축제 간다고? 갑자기? 너 진짜 수상해.. 그때 굳이 스티커 사진 가져간 것도 그렇고.. 요 기지배.. 혹시 너..?”


“아! 아니거든!!! 그냥, 시험 전에 그 뭐냐. 그래! 그 리프레시! 머리도 식힐 겸 리프레시할 겸! 오늘 마침 딱 학원이 그러니까, 그래서 갑자기 나도 시간이 나서 갈 수 있게 된 거거든!”

이미 자신의 빨간 마음이 얼굴에 가득 피어오른 호랑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한다.


“크크.. 조심해 요 기지배. 내가 눈치 백 단이란 말이쥐.”

뿔테 친구가 호랑을 놀리듯 말했다.


“뭐 잘됐네 그럼. 그럼 이따 같이 가는 거다? 오늘 야자 감독 학주(*학생주임)라니까 수업 끝나면 아까 내가 말했던 대로 저 커튼을 묶어서 창문으로...”

도끼빗 친구가 발칙한 탈출 계획을 이어 말하기 시작했고, 호랑과 뿔테 친구는 머리를 모은 채 한참이나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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