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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Q Feb 21. 2019

당신의 뇌를 믿지마세요.

요즘 내 생각은 그렇다. 인간은 멍청하다. 정확하게는 인간의 뇌가 그러하다. 



인간의 뇌가 가진 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인간은 항상 편협하고 부족한 정보에 허덕이며 이성과 감정을 혼동하고 착각에 빠진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인간의 뇌가 이성적인 도구로서 그렇게 훌륭하지 못하다. 정말이다. 그러니 뇌를 믿으면 안 된다.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 반응이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우리 뇌가 그냥 해버리는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뇌에 지배되어버린다. 우리의 뇌는 이성적이기보다 본능적이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다. 



내가 하는 생각, 사고방식, 습관, 취향 모든 부분이 나의 온전한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외부로부터 너무나 취약하게 흔들리는 존재다. 나는 인간을 이루는 특질들이 대부분 환경으로부터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일부 특별한 DNA가 존재하겠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환경의 노예다. 뇌는 아무런 절차 없이 외부의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우리는 그것이 '나'라고 믿는다. 내 뇌가 나를 휘두르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우리는 뇌가 하는 대로 살다가 죽는다. 그것이 '나'였다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가 아닌 짜깁기된 환경의 복제품이자 허상이다. 



그래서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 마치 어떤 외부의 과학자가 '나'라는 사람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처럼 '나'를 정리해봐야 한다. 왜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까? 나의 반응은 왜 이러할까? 나는 무엇을 왜 좋아하는가? 이러한 질문을 물으며 점차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뇌를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뇌가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대뇌피질보다 본능적인 소뇌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이 대뇌피질을 더 촘촘하고 쓰임새 있도록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뇌는 일종의 프로그래밍이다. 환경으로부터 읽히고 배운 코드를 그대로 수행한다. 그것이 옳건 나쁘건 뇌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수행한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뇌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코드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내가 아닌 타인의 코드로 살아가게 된다. 좋은 코드를 뇌에 집어넣기 위해서는 대뇌피질을 활용해 이성적인 생각과 지식을 계속해서 쌓으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아니면 또다시 우리는 소뇌, 즉 도마뱀 뇌라고도 불리는 본능적인 의식에 의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게으른 뇌에 욕망에 의해서) 행동한다. 마치 '코딩'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뇌가 그만큼 환경의 영향에 무방비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뇌가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게 하려면 그렇게 움직이는 길을 조성해야 한다. 뇌는 그저 직진할 뿐이다. 좋은 정보를 매일 같이 띄워주는 앱을 쓴다거나, 리마인더를 쓰거나, 일기를 쓰고, 주기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하는 것들이 모두 나의 뇌를 원하는 방향으로 쓰기 위해서다. 



내 뇌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가? 뭔가 아니라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환경을 살펴보라. 내 뇌가 잘못되었다기 보다, '나'라는 사람이 잘못되었다기보다 환경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환경이 문제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 즉 우리는 근본적으로 매우 단순하고 멍청하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의 뇌와 본능이 척척 의지와 열정으로 조종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래서 우리의 뇌는 이성적 동물의 징표이자 엄청난 것이라고 떠받들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부족함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며 무너지는 길을 택한 것이다. 뇌는 그렇게 대단한 놈이 아니다! 절대로! 



나를 이해하고, 뇌를 다루는 기술로서 나는 기록을 추천한다. 모든 발견의 시작은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과학적인 호기심으로 자료를 더 많이 쌓을수록 나를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기록으로 남지 않고 사라져버린 데이터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걸 기억할 만큼 뇌는 똑똑하지 않다! 절대로! 그러나 이 모든 행위는 혼자서 불가능하다. 이놈의 뇌와 싸워야 하는 일은 모든 인간이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일이다. 함께 싸워야 한다. 서로를 도와야 한다. 이 뇌라는 녀석은 너무나 집요하고 끈질기기 때문에 우리는 늘 패배한다. 그러니 주변의 힘을 빌려야 한다.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자신을 이해하고 나아갈 수 있다. 그들과 지내면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고 부딪히면서 이해한다. 대화하면서 감정을 공유하면서 이해한다. 그래서 타인의 존재는 중요하다. 물론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뇌에 저항하고 우리의 본질적인 부족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을 곁에 두어라.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이들이 남겼던 수많은 노력의 결실들을 읽어라. 바로 책이다. 내가 책을 권유하는 이유는 내가 행하지 못한 생각과 노력을 이미 누군가 하여 남겨두었던 소중한 경험치이기 때문이다.물론 인생은 운발이 먹히는 불확실한 세계다. 완전히 '카오스'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의 책은 운발 좋았던 멍청이들의 오만함 덩어리일 경우도 있다.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는 기술로서 누군가의 시도, 누군가의 시행착오는 계속 살펴보고 나에게 적용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크릿'같은 쓰레기는 읽지 마라. 좋은 책은 경험을 분석하고 성찰하려고 한 노력의 결과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 근거 없는 믿음이나 바람만 잔뜩 낀 위로가 아니다. 



내가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는 책들은 대부분 '살아가는 기술'에 대한 것이다. 정신력, 의지, 열정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조심하라. 앞서도 경고했듯이 뇌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사용한 실제 현실의 기술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기술'이다. 추상적이고 모호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런 뜬구름 같은 단어를 피해야 한다. 인생을 더 좋게, 더 살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 현명한 삶을 가능케하는 다양한 기술은 도처에 숨어있다. 



정신적인 면으로 그나마 다듬어볼 수 있는 건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가지는 어떤 선택의 기준이며,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수 있다.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해본다'같은 것이다. '의지를 가져라'같은 허상이 아니다. 구체적인 무엇을 어찌어찌하겠다 같은 것이 삶의 태도다. 이 삶의 태도도 일종의 기술이다. 좋은 태도를 가진 사람일수록 좋은 습관, 좋은 네트워크 등을 생성할 힘을 가진다. 태도는 일종의 전자기장 같은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태도에 따라서 주변의 성질이 달라진다. 태도를 바꾸는 노력은 어찌 보면 기존의 게을렀던 뇌를 속이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서 이런 연구결과가 많다. 웃는 표정을 지으면 뇌에서 도파민이 발생한다든지, 어깨를 펴고 가슴을 내미는 슈퍼맨 자세를 하면 불안함과 긴장감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연구들 말이다. 이처럼 뇌는 단순한 녀석이라 참 잘 속는다. 그러니 우리는 이 뇌가 원하는 방향으로 속도록 만들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조차 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닌 뇌의 조종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서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글을 쓰고, 기록을 하고 일기를 쓰면서 말이다.



두려운 사실이지만 이마저도, 내가 이런 것들을 알아냈다는 만족감조차도 결국 환경으로부터 가능했던 '운'은 아니었는지 늘 조심스럽다. 환경은 그만큼 강력하게 우리를 집어삼킨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자신의 부족함으로 착각하며 쉽게 무너진다. 인간은 그렇게 힘없고 쉬운 존재다. 당연히 쉬운 길이 아니다. 환경에 지속적으로 흔들리면서 멍청한 뇌와 싸우는 일은 어렵다. 계속해서 자신의 발판이 무너지는 경험이다. 이 모든 것이 착각이 아닐지 의심하며 또 불안해지는 길이다. 하지만 적어도 캄캄한 방안을 허우적거리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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