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운수 좋은 날

어쩐지 햇빛이 좋더라니..

by 쉼두부

'이번 역은…입니다. 내리실 분은..'




역에 도착했다. 역 앞으로 나오니 엄마가 차 안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안 그래도 택시 잘 안 잡혀서 힘든데 잘됐다 싶었다.







"아니 엄마 그래서 말이야,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집으로 가는 차 안, 두 달 만에 보는 엄마의 얼굴에 하고 싶었던 얘기를 가득 쏟아내었다. 백수 된 지 일주일 밖에 안 된 전 직장인은 아직도 주된 이야깃거리가 회사였다. 지겨울만한데 엄마는 그 얘기를 진중히 듣고 또 공감하고 맞장구 쳐주었다.


"진아, 근데 있잖아. 엄마가 할 말이 있어"

"?"


그러다 문득, 엄마는 화두를 바꿨다.













"엄마 암 이래"











너무나 충격적인 짧은 문장으로.







".."

".."





차 안에 흐르는 정적,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로 이어나가야 할까. 고장 난 뇌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상실했다.













그 한 자가 주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암이라니, 엄마가. 잠깐만.. 이렇게 운전해도 괜찮은 거야? 많이 아픈 거 아니야? 걱정과 두려움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참. 그건?







"엄마, 보험은? 그럼 보험은 무슨 얘기야?"

"아 그게 말이야 사실..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그래서 알아보는데 상급병원 예약이 힘들더라.. 의료파업 때문에.. 어디 병원 사이트 들어가니까 반년은 기다려야 한대. 그래서 방법을 찾다 보니까 보험사를 통해서 대리 예약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리 예약이 가능한 보험에 들어있으면 된 다고 해. 그래서 우리 갖고 있는 보험들 중에서 찾다 보니까 아빠가 진이 보험이 직계도 대리로 예약이 가능한 게 기억이 났어. 근데 그거를 예약하려면 본인이 해야 하고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한 거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딸한테 이래 연락하게 됐네…“



아, 아직 큰 병원 진료 예약도 안 됐구나. 애쓰고 애쓰다 도저히 안 돼서 이렇게 나를 불렀구나. 이제야 연락한 상황에 슬픔과 서운함이 혼재하여 마음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이러면 안 된다. 감정에 흔들리기엔 병원 문턱이 너무 멀리 있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 운수 나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