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자랑 2

하고 싶지만 듣기 싫은 것.

by 노수연

하고 싶지만 듣기 싫은 것.

‘자랑'이다. 사람들은 자랑을 하고 싶어 한다. SNS만 봐도 알 수 있다.


‘난 이런 곳 왔어요.’

‘난 친구들이 많아요.’

‘나 이런 상 탔어요.’

‘난 돈이 많아요.’


왜 사람들은 자랑하고 싶어 할까? 너무 궁금하다. 일단 나도 이에 포함되기 때문에 내가 자랑하려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내가 보통 자랑하는 것은 러닝, 다이어트, 학회장, 성적장학금 정도이다. 지금은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까지도 자랑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이런 것들로 자랑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러닝은 ‘나 이만큼이나 뛸 수 있어요.’를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내가 하프코스(21km)를 뛴 이유도 남들이 잘하지 못하는 어려운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물론 나보다 잘 뛰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내 주변인들 사이에서는 잘 뛰는 거니까.) 하프가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 이야기는 보통 연애이야기를 시작하면 말하게 된다. ‘왜 연애를 안 했어?’라고 물어보면 대답하는 똑같은 레퍼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실 고도비만이었는데 그때는 옷도 검은색만 입고 화장도 아예 안 했어. 20kg 빼고 지금에서야 외모관리를 시작했거든. 그래서 연애를 못했어.”라고 말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너 원래부터 말랐던 사람 같아!”라는 말을 제일 말을 듣는데 이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내가 봤을 땐 다이어트 자랑은 칭찬받고 싶어서 하는 것 같다.


학회장은 그냥 좀 멋있어 보여서 그런 것 같다. 사실 학회장이라고 해서 크게 권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친구들이 국악과 대장, 회장님 이런 식으로 말해주는데 뭔가 쑥스럽지만 기분이 좋다. 사실 나는 엄청 소심한 사람이어서 옛날 같으면 어디 대표는 꿈도 못 꿨던 터라 이런 별명을 들을 때마다 신기하면서도 으쓱해지는, 그런 게 있다. 내 성격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자원해서 되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성적장학금은 사실 약간의 열등감 때문에 받는 것 같다. 나는 국립국악고등학교(줄여서 국고라고 한다.)를 나왔는데 이 학교를 나오면 대부분 인서울에 간다.(내 체감 상 90% 정도) 이 고등학교를 나오면 인서울은 그냥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꼴찌만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가 대학교까지 떠먹여 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국고에서 거의 가지 않는 경기도권의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그때 나는 열등감에 사로잡혔고 여기서라도 인정을 받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들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노력한 것 중에 하나다.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었고, 1등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결국 2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성적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남들에게는 큰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처음으로 진심을 다해 노력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종합해서 보면 ‘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내 존재를 남에게 멋진 이미지로 인식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식할 때 동시에 나 자신도 스스로의 존재를 의식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단 한 명도 내 존재를 모른다면 그것은 실존하는 것인가? 사람들을 만나고 내 이름이 불리는 그때 내 존재도 제대로 의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보이는 것에 목메어 사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튼, 자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아주 옛날에는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멋진 사람이라고 어필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지 않았을까. 내가 이 무리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랑이 기분 나쁜 이유

글을 쓰다가 정말 자랑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져서 유튜브에 검색해 봤다. 그리고 심리학 고양이라는 채널에서 ‘분명 비호감이 되는 걸 알 텐데, 인간은 왜 굳이 자랑할까?’라는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내용도 너무 좋았지만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자랑이 불쾌한 이유는 주변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남들이 자랑을 하면 나는 많이 불안해졌다. 나보다 내 친구는 저 높이 올라가 있는 것 같고 나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자랑이 불쾌했던 것이었다.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면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항상 우울하고 불안했다. 내가 뒤처져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의 근황을 들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랑을 듣게 된다. 그것이 나에게 불안감과 열등감을 주어서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 꿈도 목표도 없는 내가 친구의 확실한 인생계획, 목표를 듣게 될 때면 불안해 미칠 것만 같았다.



진심으로 축하하기

나는 한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자랑에 관심이 없고 잘난척하는 것으로만 느껴진다면 진심으로 나를 궁금해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만 말하려고 한다. 자랑했을 때 축하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사랑과 관심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내 일처럼 축하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검정치마의 ‘나랑 아니면'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그리고 악뮤의 ‘맞짱'이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나랑 아니면 -검정치마-

나랑 아니면 어디에 자랑할 수 있겠니


맞짱 -악뮤-

나는 이제 모두에게 사랑받을 이유를

누군가의 칭찬과 관심을 구걸할 이유를 모르겠어요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만

행복하게 살래요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