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 관심사 중 하나이다. 누가 더 옳은가?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누가 잘못을 했는가?
이런 질문에 관해 제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 조니 뎁 vs 엠버 허드의 이혼이다. (‘둘 중 누가 가정폭력의 피해자 인가?’로 싸운다. 자세한 내용은 다루지 않겠다.) 나는 처음에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조니 뎁의 편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을 유독 좋아해서 그럴까? 아니면 그냥 조니 뎁이 더 유명해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조니 뎁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고 엠버 허드는 이 사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내가 선동하는 영상과 댓글들을 통해 조니 뎁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애써 그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약물을 했지만 깔끔하게 인정하는 모습에 조금은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법정의 모습만 보고 그동안 있었던 사건의 전부를 판단했다. 또한 그가 이 일 때문에 6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느꼈다. 나는 조니 뎁이 잘못한 것까지 애써 모른척하고 빨리 영화계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영상에서는 조니 뎁의 많은 팬들이 그를 지지했다는 것을 말하기는 하지만 SNS의 부작용들을 언급하기도 한다. 현재 SNS에서 방대한 정보들이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채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숏폼의 경우 중요한 내용을 담지 않고 조롱하기만 하는 영상이 제작되기도 한다. 이는 사실보다도 과장된 내용으로 퍼질 수 있으며 사람들을 선동하기 쉽다. 이런 점을 알고 있었기에 중립적인 입장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SNS의 단점을 알고 있는 나도 선동당했다.
“정의는 진실과 관련이 없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믿느냐 이다.(판사나 배심원단이 뭘 믿느냐 이다.)”
“우리는 누가 옳은지 꼭 믿을 필요 없는 시대를 살아요. 우리는 그냥 그 사람이라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믿죠. 이 재판 결과는 파장이 있을 거예요. 최소한 사람들이 사람들 이야기를 어떻게 믿을지가 달라지겠죠.”
이 영상들을 보면서 제일 소름 끼쳤던 말이다. 우리에게 ‘정의'라는 것은 없는 것이 아닐까? 정의는 이긴다고 하는데 그 정의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사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에 정의라는 단어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 아닐까? 양측의 주장과 증거물을 통해 ‘어느 곳이 더 믿을만하냐’의 문제일 뿐이다.
실제 판결은 조니 뎁의 승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 이후 조니 뎁의 팬들은 공개되지 않았거나 채택되지 않은 증거물 약 6000페이지를 펀딩 해서 사들였다. 그리고 일부 공개된 자료에는 조니 뎁에게 불리한 증거물들이 꽤 많았다. 또한 엠버 허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던 부분에서는 그녀의 말이 사실임을 인증하는 증거물도 있었다. 이로 인해 조니 뎁은 아주 깨끗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사실 조니 뎁은 그 이전부터 약물과 술 중독, 스태프의 대우 등 그렇게 까지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조니 뎁에 대한 찝찝한 마음만 들게 되었다. 재판이 이겼다고 정의가 이긴 것일까?
이런 경험을 이 사건에서만 느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임 스트리머(유튜버)도 어떠한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욕을 먹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영상들은 나에게 있어서 제일 힘들 때 힘이 되어주었기에 그 사람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애써 부정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심지어 나는 부모님에게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게임 스트리머(유튜버)를 변호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고 옳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네가 그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편향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가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너무 슬펐다. 안타까웠다. 그의 영상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속상했다. 다행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범법 행위를 저질러서 욕을 먹은 것이 아니라 사생활이 노출되었다가 욕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팬을 기만했다고 욕을 먹었다. 여기서 나는 지금까지도 그 사생활을 일부러 노출시킨 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의 사생활은 우리가 참견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팬들에게 대했던 행동들은 진실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다. 아직까지도 난 그에게 편향적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새로운 영상들을 보고 있다. 예전만큼 조회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 뭔가 조금 속상하기도 하다.
편향적인 마음은 이런 사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주장을 말할 때도 나타난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수집한 정보들이기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말이 틀렸을 리 없어’라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다. 내가 틀렸다고 하는 순간 기분이 나쁠 뿐이다. 내 모든 지식들과 나 자체가 거부당하는 느낌이다. 뇌 과학자에 의하면 이것은 과학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 다는데 큰일이다.
http://m.dongascience.com/news.php?idx=60352
어쩌다가 알게 된 기사인데 이런 편향적인 사람들의 심리적인 현상을 잘 설명해 준 것 같다.
최근 사촌 언니와 진지한 대화를 하던 중 나에 대한 객관적인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내가 고집이 세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수용하고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내면에서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줄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그랬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할 뿐 속으로는 상대방의 말에 동의를 안 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으로는 “그거 아닌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것 또한 자신에게 편향적인 것이 아닐까?
조니 뎁이나 내가 좋아하던 유튜버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을 몰랐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사람의 안 좋은 점을 알고 난 후 애써 부정하고 회피하며 좋아하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팬들은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이 판도라의 상자인지도 모르고 꺼내버린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의 장점만 보고 싶어 한다. 그런 대상이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계속 그 사람을 좋아하고 싶다면, 어쩌면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누구나 단점은 있고 어두운 면은 있으니까. 내 머릿속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남기고 싶다면 적당히 알아보는 것이 좋을 수도.
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이 편향적인 마음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 나도 그러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이 편향적인 이유는 자신의 보호 본능인 것 같다. 왜 그런 본능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편향적인 것은 인간이 살아가기에 좋은 것인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람의 단점까지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생존에 유리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런 생각은 쓸데없을 수도 있다. 그냥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겼다는데 어쩔 수 있나.
예전에 과학자들의 태도에 대해서 들은 적 있다. 과학자들은 수천번 자신의 논문에 대해 의심하고 확인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발표된 논문은 많은 과학자의 반박을 받게 되는데 그것에 대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수정하면서 다시 연구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마치 팬들처럼 누구보다도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느 쪽에 편향적이지 않으며 지적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다르다.(물론 모든 과학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가진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
+이 글을 쓴 지도 1년이 되어가는데 아직까지도 나에 대해 편향적이다. 내가 틀렸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기분이 나쁠 수가 없다. 물론 나중에 곱씹으면서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단계까지는 왔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에 발끈하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다행히도 화를 내지는 않지만 기분이 안 좋아진 것이 너무 티가 난다. 누군가 나의 단점을 말하거나 비판을 했을 때 바로 수용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할까.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