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심판의 날
작가 : 압두라우프 피트랏
옮긴 이 : 구잘 미흐라예바
출판사 : 틈 많은 책장
제주도에 있을 때 ‘푸근한 곰아저씨 책방'에 갔다. 거기서 제목과 표지만 보고 고른 책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사후 세계의 관련된 책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약간은 그냥 소장하기 좋은 얇은 책이어서 고르기도 했다.
아편에 중독된 주인공이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이집트의 사자의 서(사후세계)를 공부하면서 한 가지를 알게 된 것이 있다.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사후세계를 상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해석했다. 나는 이 사자의 서가 현생에서 올바르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나라의 사후세계를 들여다보면 거의 모든 사후세계에는 천국과 지옥이 있다. 현생에서 좋은 일을 하면 천국을 가고, 나쁜 일을 저지르면 지옥에 간다는 것이다. 결국 현생을 잘 살아야 사후세계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이다. 과연 이 이야기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 만든 이야기 일까? 아니면 조상들이 후손에게 충고를 하는 것일까. 어쩌면 현생에서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을 저주하며 만든 것이 아닐까? 현생에서라도 못 한 복수를 사후세계라는 틀을 만들어 상상으로라도 벌을 내리려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은 모든 것이 있는 천국에서 살게 된다. 하지만 금방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퍼처미르는 해가 지기까지 두 번 더 식사를 하고 밤이 되자 잠이 들었다. 다음 날도 또 그렇게 보냈다. 낮에는 세 번이나 식사하고, 밤에는 술잔치…
이런 일은 일주일 동안 계속되었는데 퍼처미르는 곧 이 모든 것이 지루해졌다. 그는 이런 생활에 매우 지쳤다. 그는 스스로를 위해 할 일을 찾기로 결정했다.
내가 대학교 휴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인간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디지털 디톡스까지 했기 때문에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로 결정한 한 해였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우울하고 불안해졌다. 휴학을 했던 그 1년은 나에게 천국 같은 시간이었지만 결코 천국이 아니었다. 그때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바쁘게 사는 것이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일 때문에 힘들 때면 휴학했을 때를 떠올렸다. “일이 없는 것보단 바쁜 게 낫지.”라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
인간은 쉴 때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핸드폰을 붙잡거나, 책을 읽는다. 가만히 멍 때리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우리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도 시간을 때우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달리고, 뜨개질을 하고,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정신상태가 영원히 살아있는 천국은, 모든 것이 있는 천국은, 정말 천국일까? 나는 작가와 같은 생각이다. 천국에서의 며칠은 행복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루해질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인 고통을 얻게 될 것이다. 정신상태가 계속해서 살아있는 것은 영생과 뭐가 다른 것일까. 그곳이 천국이라고 할지라도 과연 영생하는 것이 좋을까? “이만하면 됐다.”라고 하며 정신을 오프 시킬 수 있는 무엇인가가 없다면 정신적인 영생은 고통이 아닌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곳이라면 그곳을 천국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항상 삶의 이유를 찾는다. 그게 천국일지라도.
이 책은 굉장히 짧고 간단한 소설이지만 ‘천국이 지루할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고마운 책이다. 덕분에 나도 내가 생각하는 천국과 지옥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