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에는 같이 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오늘은 그 반대로 혼자 뛸 때의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해요. 달리기를 처음에 혼자 시작하기도 했고요. 분명 달리기는 같이 뛰는 것도 중요한데 혼자 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로 장거리는 혼자 뛰는 편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훈련이죠. 혼자서 천천히 오래 뛰기. 저는 꼭 달리면서 노래를 들어야 하는 타입인데요. 혼자 뛸 때면 제가 원하는 노래들로만 들을 수 있고, 제가 원하는 페이스로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온전히 저에게만 쏟는 시간이죠. 누군가와 같이 뛴다면 내가 원하지 않는 노래를 듣거나, 대화를 해야 하거나, 원하지 않는 페이스로 뛰어야 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게 싫습니다. 제가 조금 이기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장거리를 천천히 뛸 때만큼은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뛰고 싶을 땐 조용히 뛰고,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땐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뛰어요.(물론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말이죠.) 저는 아무래도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잘 보내고 좋아합니다. 당연히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외로워하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이죠. 이런 점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매일 1시간이나 2시간, 아무하고도 말하지 않고 혼자 달리고 있어도, 4시간이나 5시간을 혼자 책상에 앉아 묵묵히 글을 쓰고 있어도 별로 고통스럽다거나 지루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4p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도 3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아무 배경 음악 없이 글을 쓸 수 있어요. 글을 쓸 때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죠. 그리고 작가님이 혼자 뛰는 이유와 정말 비슷합니다.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이 항상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36p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노래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또 약간 *홍대병이 있어서 조금 비주류의 음악들을 듣습니다. 특히 러닝 할 때는 신나는 노래들을 듣는데 절반이상이 힙합이고 빡센, 욕이 들어가 있는 노래들입니다. 그리고 뮤지컬 노래도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남들과 함께 들으며 뛸 수가 없습니다. 제게는 남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러닝 플레이리스트, 저만의 러닝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있어요. 저는 뛰다가 노래가 별로면 힘이 쭉쭉 빠지는 나약한 인간이라서 노래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장거리는 혼자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뛰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홍대병 : 홍대병은 ‘홍익대(홍대)’와 ‘병’을 합친 신조어로, 대중문화·유행을 경시하고 자신만의 취향이 우월하다고 느끼며 남들과 차별화하려는 태도를 비꼬는 말로 쓰입니다.라고 네이버에 나오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남들 다 좋아하는 거 싫어하고 비주류를 좋아해!’, ‘나만의 개성이 있어!’ 뭐 이런 뜻입니다…
+노래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들이 있는데요. 제가 천천히 뛸 때 사람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노래를 조금 크게 부를 때가 있습니다. 앞, 뒤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불러요. 하지만 저보다 빠른 페이스로 뛰는 사람이 생기면 가끔 제가 노래를 부르는데 지나쳐갈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그랬어요. 분명히 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했는데도 노래를 부를 때면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굉장히 부끄러워져요. 어제는 뮤지컬 노래를 부르면서 뛰었는데 위키드의 ‘마법사와 나'를 들으며 “믿을 수 없겠지. 내가 미친 것 같겠지~”를 부르는데 딱 지나쳐 가시더라고요…. 정말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뛰면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입싱크라도 해야 적성이 풀립니다. 신이 나는데 어떻게 참아…
제가 달리기를 하고 난 후로부터 생긴 습관(?)이 하나 있는데요. 화날 때 달리기입니다. 가끔 주체 없이 화를 못 참을 때가 있어요. 엄마랑 싸웠을 때, 친구랑 싸웠을 때, 일이 잘 안 풀릴 때. 저는 그런 하루를 보낸 날이면 당장 뛰러 나갑니다. 안 좋은 일을 겪은 직후에 바로 밖으로 튀어 나가요. 그리고서는 빡센 힙합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1시간 정도 뛰어요. 그런 날들은 딱 10km를(1시간 정도) 뛰면 생각 정리도 되고 감정도 괜찮아지더라고요. 아주 효과가 좋은 방법입니다. 러너분들은 이미 다 알지도 모르겠네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님과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군가로부터 까닭 없이(라도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비난을 받았을 때, 또는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누군가로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했을 때, 나는 언제나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리기로 작정하고 있다. 여느 때보다 더 긴 거리를 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그만큼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시킨다. 그리고 나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식한다. 가장 밑바닥 부분에서 몸을 통해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여느 때보다 긴 거리를 달린 만큼,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의 육체를 아주 근소하게나마 강화한 결과를 낳는다. 화가 나면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분풀이를 하면 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41p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스트레스가 정말 최고조 일 때는 저스디스의 9분짜리 원테이크 디스곡 ‘THISISJUSTHIS'를 듣습니다. 저스디스가 욕을 아주 기깔나게 해 줘요. 저는 평소에 욕을 안 하는데 대신해주는 느낌입니다. 속이 다 시원해요. 화가 가득 찬 목소리, 가사(?)가 다 들리는 시원시원한 랩핑 그리고 심한 욕들. 이상하게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화날 때 들으면 감정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답니다^^
제 친구도 러닝에 관련해서 글을 썼는데 ‘달리기는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달리기는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행위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달리기는 명상의 방법 중 하나라고 대답했죠. 지금 생각해 보니 성찰이나 명상이나 같은 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같이 뛴다고 남이 대신 뛰어줄 수 없고 마라톤에서는 경쟁보다는 자신만의 싸움을 해야 합니다. 결국 인생처럼 혼자 살고, 혼자 뛰어야 하는 것입니다.
잘 뛰려면 일단 ‘나'를 잘 알아야 합니다. 지금 내 상태가 어떻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야 하죠. 어떤 훈련이 필요한지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컨디션에 대해서 체크하고 이것저것 나와 맞는 훈련을 찾기 위해 시도해 봅니다. 달리기 자세도 마찬가지죠. 제가 2025년 JTBC 마라톤 자원봉사를 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제일 놀라웠던 것은 각자 다 다른 자세로 뛰는 것이었습니다. 약간은 정형화된 자세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렇게 잘 뛰는 선수들도 각자 뛰는 방법이 다 달랐습니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분명 나쁜 자세는 있겠지만 자세의 정석, 정답은 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인생이든 달리기든 결국 정답은 ‘나'를 돌아보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서 머리가 비워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달리기를 할 때 딱히 무슨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노래에 집중하거나 발소리, 자세에 집중하죠. 정말 신기하게도 달릴 때 특별한 생각정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뛰고 나면 머리가 정리가 되는 기분입니다. 명상을 한 것처럼 차분해져요. 아마 몰입을 하게 된 거겠죠. 모든 자기 계발서에서 말하지만 이 몰입의 경험은 말로 설명을 할 수 없어요. 지금이 몇 시인지 까먹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까먹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멍 때리기 혹은 명상과 비슷하지 않나요? 책 ‘달리기 인류'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완전히 순수한 집중은 곧 기도'라고 썼다. 내게 달리기는 언제나 종교적 경험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마지막 한 시간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186p
-달리기 인류-
분명 혼자 달리는 것이 같이 달리는 것보다 힘들긴 합니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빨리, 자주 들죠. 실제로 혼자 뛰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책에서도 뛰는 것이 왜 다른 스포츠보다 힘든지, 왜 혼자 뛰는 것이 어려운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 번은 ‘달리기란 그 자체로 일종의 고통'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람을 있는 대로 기진맥진하게 만들잖아요. 어떤 느낌인지 알죠? 정말 지치죠. 혼자 달리다 보면 결국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와요. 처음에는 가끔씩 그런 순간이 찾아오다가 결국 오늘도, 내일도 그 생각만 하게 돼요. 매일 계속되는 반복이 너무 지루하니까요. 축구 선수는 누구나 공을 향해 달리잖아요. 축구 선수는 항상 눈앞에 있는 공을 보고 뛰어요. 그런데 달리기는요? 달리기에는 바라볼 대상이 없어요. 오로지 자기 내면에 비전이 있어야만 달릴 수 있다고요. 161p
-달리기 인류-
달리기는 눈앞의 목표물도 없고 누군가 도와줄 사람도 없는 외로운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라톤이 제일 멋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그 긴 거리를 외롭게 뛸 수 있는, 참을 수 있는 사람들이 멋있게 보여요. 그리고 장거리를 뛰는 사람들을 조금 좋게 봅니다. 물론 잘 뛰는 사람들 중에서도 인성이 나쁜 사람들은 분명 있겠지만, 저도 모르게 풀코스를 뛰었다고 하면 긍정적인 필터를 끼고 봅니다. 일단 뭐든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 거리를 뛸 수 있을 만큼 인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풀코스를 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해서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수련을 하고 있고 그만큼의 체력과 힘, 그리고 정신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내 보이고 싶습니다.
저희 집 앞 공원에서 뛰는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뛰거나 2명이서 같이 뜁니다. 길이 좁아서 그런지 이 공원에서는 크루활동을 잘 안 해요.(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주로 아침에 뛰어서 못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뛰다 보면 혼자 뛰는 사람들을 계속 마주칩니다. 자연스럽게 복장과 신발을 훔쳐보게 되는데, 다들 달리기를 오래 하신 분들인 것 같아요. 마라톤 옷을 입거나 아주 좋은 러닝화들을 신고 있어요. 그리고 저보다 훨씬 빠르십니다. 뛸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 동네에는 고인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뛸 때 보면 제가 누구를 제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가 항상 지나쳐가요. 어쨌든, 제가 매번 같은 시간에 뛰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얼굴이 눈에 익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장거리를 뛰는 날이 겹치면 2~3번을 마주치기도 해요.(특히 서로 반대 방향으로 뛴다면 더 자주 마주칩니다.) 그러면 속으로 수백 번 고민합니다. ‘파이팅'을 외칠까, 말까. 서로 이름도 모르지만 뛰면서 마주친 사이라고 이렇게 인사를 해도 괜찮은 것인가… 결국 매번 속으로만 응원하고 말아요.
딱 2번 응원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완전 더웠던 6월의 주말 아침에 공복 달리기를 하고 있었어요. 속으로 ‘와 진짜 덥고 힘들다.’를 연신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봐도 풀코스를 여러 번 뛰셨을 것 같은(싱글렛과 압축된 근육.) 아저씨? 할아버지? 께서 기분 좋은 ‘파이팅'을 외치고 저한테 박수를 쳐 주시면서 앞질러 가셨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정신없이 ‘감사합니다~’를 외쳤죠.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한테는 굉장히 기분 좋은 장면이었나 봐요. 아마 어린 친구가 이 더운 여름날, 그것도 주말 아침에(8시쯤이었습니다.)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요?
그리고 꽤 최근에(올해 1월이었습니다.) 혼자 첫 23km를 도전하는 날이었습니다. 또 천천히 뛰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파이팅'을 외치고 지나가셨어요. 아마 그분도 장거리를 훈련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응원을 받은 것이 두 번째 만남이었거든요. 저는 매번 속으로만 응원했는데, 그분은 다시 저를 보자 ‘파이팅'을 외쳐주셨어요. 세 번째로 만나면 제가 먼저 ‘파이팅'을 외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정말 응원을 해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17km 장거리 훈련을 하고 있는데 살집이 있으신 여성분이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열심히 뛰고 계셨습니다. 처음에 마주쳤을 때는 제가 뚱뚱했을 때 뛰던 제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어요.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꾸준하게 뛰시면 다이어트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저도 러닝 하면서 뺐거든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더우셨는지 집업을 허리춤에 묶으시고 뛰고 계셨어요. 그때도 정말 응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눈빛으로 응원을 보냈는데 잘 전달이 되었을까요…? 마지막으로 마주쳤을 때는 얼굴이 엄청 빨개지셨고 숨을 헐떡이며(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뛰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엄청 크게 ‘파이팅!!!!!’을 외쳐버렸어요. 그날 주변에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냥 툭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힘들어서 그랬던 건지, 못 들으신 건지 모르겠지만 눈인사도 받지 못했어요. 엄청 크게 외쳤기 때문에 안 들렸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고 엄청 힘드셔서 받아주지 못한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뿌듯했어요. 그 응원이 닿아서 오늘 목표를 꼭 달성하시기를 바랐습니다. 앞으로는 그냥 ‘파이팅’ 계속 외치려고요. 그 사람이 받아주든, 안 받아주든 말이죠.
혼자 뛰다 보면 무언의 경쟁을 할 때가 있는데요, 그 에피소드는 다음 주제인 ‘절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