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된 나는 괴물을 만듭니다

괴물을 만드는 나는 괴물이 됩니다

by 이규원


오른쪽, 왼쪽, 위, 아래 정해진 것 없이 툭툭 던져놓아 보다가 결국 조금씩 연결되어 이 조각이랑 맞는 건 이거! 하며 맞춰가는 퍼즐 같은 영화였습니다.
마구 얽혀있는 시간대의 수많은 장면들이 결국은 서로를 충실히 설명해 주어 마지막엔 나에게 하나의 그림으로 와닿아지는 영화 “괴물”에 대해 제가 느끼고 해석한 점들을 영화의 스토리와 함께 얘기해보려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전개순서대로 떠오르는 저의 생각과 기억에 남길 대사들을 휘갈겨놓은 수첩을 토대로 적은 것이라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더 수월하게 읽히실 거라 생각합니다.



*스포일러에 유의해주세요*




일단 처음에는 미나토와 호리선생님은 동일시되는 인물인 걸까 라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 근거는, 미나토에게 전해 들은 호리 선생님의 일과 관련하여 미나토의 엄마와 교장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호리 선생님은 말을 더듬는다거나, 갑자기 사탕을 먹거나, 웃음이 안 나오는 진지한 상황에 웃는 등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영화 초반의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거나, 신발 한쪽이 사라지거나, 물통 안에 흙더미가 나오거나, 갑자기 긴 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등 미나토의 의문스러운 행동들이 떠오르며 호리선생님과 미나토는 동일시되는 (괴물로 여겨지는) 인물인 걸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호리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이 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근거는, 호리선생님이 자신도 미나토와 같은 싱글맘 가정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의문이 조금 확신으로 바뀌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의 맨 처음 장면, “돼지뇌를 이식한 인간은 돼지일까? 인간일까?”라는 미나토의 물음과 자신에게 호리 선생님이 “너의 뇌는 돼지뇌야”라고 했다는 미나토의 대답까지 모두 호리선생님이 원인인 점에서 호리선생님과 미나토의 강한 연결점을 확신했다.


세 번째 근거는 미나토의 엄마가 미나토에게 엄마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아서 네가 불쌍한 거지(정확히 어떤 대사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뉘앙스였다)라고 말했을 때 미나토가 “나는 불쌍하지 않아”라고 대답했다는 것과

다른 장면에서 호리선생님이 자신과 같이 있는 여자한테 “나는 불쌍하지 않아”라고 똑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 보니

미나토와 호리 선생님 이 두 명이 동일하다는 것보단 괴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 표현되는 것의 유사함이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지만, 아무튼 이 추측을 시작으로 나는 영화에서 괴물을 찾아갔다.






미나토의 엄마가 호리 선생님에 관한 미나토의 얘기를 듣고 학교에 찾아갔을 때 교장 선생님은 학생을 지도하는 데에 오해가 있었다고 얘기한다.

엄마는 오해가 아니라고, 폭력이라고 얘기한다.

엄마는 때렸나 때리지 않았냐고 묻고,

교장 선생님은 이에 대한 대답대신 손과 코의 접촉이었다고 말한다.

엄마는 손과 코의 접촉이 폭력이 아니냐며 오해한다.


이 장면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오해”라는 단어가 앞으로 이야기를 엮고 영화를 관통하는 주요 포인트였다. 나는 이 장면까지만 해도 엄마의 입장에서 “ 왜 저걸 오해라고 표현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으며

엄마의 입장에서 같이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는 학교와 애매하게 대응하는 호리선생님에게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엄마는, 그러니까 나는, 교장선생님께 묻는다.

“제가 대화하는 사람들이 인간 맞나요?”

이 물음에는 지금 내가 대화하는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엄마한테(나한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은 대답한다.

“인간입니다”

철저히 오해에 비롯해 그들을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또한 엄마는 호리선생님에게 호리선생님이 걸스바에 출입했다는 소문을 진실로 여겨 말하며

“머리에 돼지뇌가 든 건 당신이잖아”라고 말한다.

미나토가 ”내 뇌는 돼지뇌랑 바뀐 거야. 괴물 같아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즉 엄마는 호리선생님에게 괴물은 당신이야 라고 말한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극 중에서 오해를 하는 건 한쪽만이 아니다.

호리선생님은 엄마에게 미나토는 호시카와요리라는 학생을 괴롭히고 있다고 전하고, 혹시 미나토에게 흉기가 발견된 적이 없냐고 묻는다. 엄마는 믿지 않았지만 후에 어지럽혀져 있는 미나토에 방에서 신문지에 둘러싸인 점화기를 발견하고, 아마 이때 엄마는 호리선생님의 말을 분명 떠올렸을 것이다.

이 의심의 씨앗은 호시카와 요리의 집에 찾아간 미나토의 엄마가 요리의 현관에서 없어졌던 미나토의 신발한 쪽을 찾은 것, 요리의 팔의 화상자국을 본 것을 통해 더욱 커졌을 것이다. 나 또한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혔다는 오해를 반 확정 지은 상태였다. 왜냐면 정황이 너무나도 그 가정이 참이라고 말해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요리는 말한다.

“미나토에게 괴롭힘 당한 적 없어요 “


또한 나는 영화 맨 처음 장면 걸스바가 있는 건물에 화재가 난 것, 뒤이어 나올 다른 화재장면과 미나토에게서 발견된 점화기를 연결 지어 방화범은 미나토가 아닐까라는 오해를 만들게 된다.






장면이 전환된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와 비바람이 세게 부는 아침에 미나토가 사라진다. 그리고 밖에선 어떤 남성이 “미나토!” 하고 부르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 장면 이후, 호리선생님과 여자의 장면으로 전환되는데 아마 이때부터 본격적인 퍼즐 맞추기의 시작인 것 같다. 왜냐면 이때부터 미나토의 엄마가, 미나토의 엄마의 입장이 등장하지 않고 앞선 사건들, 장면들을 설명해 주면서 연결 짓는 장면들이 나열된다.


여기서부터는 그 장면들 간의 연결을 언급하려 한다.


1. 호리 선생님의 수업장면이다.

미나토가 교실에서 난동을 피운다. 호리선생님이 미나토를 말리다 그만 선생님의 팔과 미나토의 코가 부딪혀 미나토 코에 코피가 난다. 앞에서 교장선생님, 학교 측이 얘기한 “손과 코의 접촉” 이 바로 이것이다.


2. 호리 선생님이 요리네 집을 방문했을 때, 첫 만남에 대학을 어디 나왔냐는 질문부터 자신을 과시하고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통해 첫 등장부터 부정적인 느낌을 팍팍 주는 요리네 아버지와 마주친다. 요리네 아버지는 요리는 골치 아픈 애이고 인간의 뇌가 아니라 돼지의 뇌를 가진 괴물이라며, 자신은 그것을 되돌리려 한다는 말을 한다.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돼지의 뇌 이야기의 가장 처음은 요리네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에게 요리는 학대받고 있었으며 영화 막바지에선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병 같은 건 없었지만 “병이 나았다”, 원래 정상이었지만 “정상이 됐다” 고 요리가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로가 서로를 괴물로 여기는 모습과는 달리, 아마 오해의 여지없이 분명하게 악인으로 규정할 수 있는 인물이 영화 내에서 요리의 아버지가 유일하다고 아직까진 생각하는데... 글쎄.. 좀 조심스럽긴 하다.)


3. 인위적으로 문을 못 열게 만든 화장실 칸 안에서 “괴물은 누구게”라며 얘기하는 요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밖에서 지켜보고 있다 가버리는 미나토를 호리선생님은 보면서 당연히도 미나토가 요리를 가뒀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리를 직접적으로 괴롭힌 건 결국 미나토가 아닌 특정 반 친구들이었고, 미나토는 요리를 직접 가둔 건 아니고 방관하고 화장실을 나선 것이었다.


4. “실제로 어땠는지는 아무 상관없어”

호리 선생님이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 얘기할 때 교장선생님이 한 대사다. 결국 학교를 지키기 위해 호리선생님은 학교가 시키는 대로 잘못하지 않은 것을 잘못했다 사과한 것이었다. 호리 선생님은 수많은 학생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자신이 하지 않은 행동을 인정한다 공표하고, 신문에 자신의 기사가 났으며 집까지 기자가 찾아온다. 결국 호리선생님은 미나토처럼 신발을 한쪽만 신은 채로 학교 지붕에 올라가는, 자살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신발 한쪽만 신고 지붕에 올라간 장면에서도 미나토와 호리선생님이 동일시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호리 선생님은 괴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5. 교장선생님이 담배를 피우다 길에 떨어진 점화기를 요리에게 주워주는 장면에서 배경음으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 사체에 흙과 나뭇잎을 덮어두고 점화기로 불을 붙이고, “소방차가 올 수는 있겠네”라고 말하는 요리.

그리고 이를 제지하려 물통에 흙과 물을 담아 뿌려 불을 끄고, 요리의 점화기를 뺏어 큰 불이 나지 않게 막는 미나토를 통해 영화초반의 물통의 흙과, 미나토에게 점화기가 발견된 이유가 설명이 된다.

그리고 나는 미나토가 아닌 요리가 앞선 방화의 범인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6. 교장선생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미나토를 보고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한다면 후- 불어” 하고 관악기를 서로 부는 장면과 그 둘의 관악기의 소리를 통해,

앞에서 영화 중간중간 나왔던 속에 파고들 정도로 크고, 뱃고동같이 깊은 소리가 어떤 소리였는지 설명이 된다.



7. 자신들을 괴물로 여기는 사회를 벗어나 굴다리를 통해 도착한 산속에 버려진 기차간 속에서 미나토와 요리는 그들만의 공간, 그들만의 세계를 꾸며나간다. 그곳에서는 어떤 눈치도 없이 있는 그대로 서로를 좋아할 수 있고, 서로의 감정에 솔직할 수 있으며, 재밌게 놀 수 있는 안식처이자 도피처이다.

첫 장면에서 굴다리에서 미나토가 발견된 것도, 차에서 뛰어내린 것도 그 안식처로의 발걸음이 엄마로 인해 막히게 되어 요리와 못 만났기 때문이었고,

태풍 속에 사라진 것도 요리와 함께 그 안식처에 가기 위함이었다.



8. 태풍 속에 밖에서 미나토!! 하고 소리친 건 여태껏 미나토를 오해해 괴물로 생각했던 호리선생님의 사과의 외침이었고, 미나토의 엄마와 호리선생님은 산사태가 일어난 곳으로 요리와 미나토의 안식처를 찾아간다.

마침내 기차간의 창문을 찾아내지만,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흙탕물로 뒤덮여 닦여지지 않는 장면이 흙으로 뒤덮인 창문 밑에서 바라보는 시점으로 지속된다.


분명 산사태가 일어나서 엉망이 됐으나 다른 영화인양화면색감이 밝아지고 노출이 올라간, 산사태와 폭풍우가 쳤다는 건 알 수 없을 정도로 푸릇푸릇하고 밝은 영화의 마지막장면에선 원래라면 닫혀있던 기찻길이 열려있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난 것이냐는 요리의 질문과 다시 태어난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이다는 미나토의 대답과 함께 무엇인가로부터 해방되어 격렬한 자유를 느끼는 것만 같이 힘차게 뛰어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괴물은 누구게 “
영화에서 미나토와 요리가 노래처럼, 어떨 때는 암호처럼 흥얼거리는 대사다.


나는 오해를 풀어나가는 장면들을 보면서 오해를 풀어나감과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그 순간마저 오해를 만들고 있었다.

아마 걸스바에 정말 호리 선생님이 갔었던 것인지, 손녀는 교장 선생님의 남편이 아닌 교장 선생님으로 인해 죽게 되었다던지의 소문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난 것도 정황만으로 오해를 일삼고 누군가를 괴물로 여기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소문의 사실성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초반부부터 무의식적으로 그래서 괴물이 누구를 말하는 건데?라는 단정적이고 무의미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던 나는 의문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듯한 미나토가 괴물이 아닐까 생각했고, 엄마의 입장에서 학교와 호리선생님을 괴물로 여기기도 했다.

호리 선생님은 자신에 대한 거짓진술을 하고 요리를 괴롭히는 걸로 보이는 미나토가 괴물처럼 보였을 것이고, 요리의 입장에서 괴롭히는 반 친구들은 괴물이었을 것이며, 반 친구들은 요리를 괴물로 여겼기에 괴롭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한 번이라도 멋대로 괴물로 여겨본 적 있는 나는 그들에게 괴물이 될 것이다.

제목과 부제를 통해 드러낸 괴물이 된 나는 괴물을 만들고, 괴물을 만드는 나는 괴물이 된다는 것은

영화 내의 어떤 것도 아닌

결국 나를 표현하기 위한, 표현하고 싶은 문구였다.











재밌음을 위해 볼 영화는 아니기도 하고, 메모하면서 보면 조금 더 이해가 잘되고 기억에도 잘 남아 명쾌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열심히 끄적거려 봤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이 글도 썼고요.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과 남길 대사들 등을 최대한 간단하게 적다 보니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뭐를 선별해서 글을 써봐야 할까 막막했었습니다 ㅎㅎ 또한 눈을 스크린에 고정한 상태로 쓰다 보니 도저히 못 알아보겠는 글도 있었어서 애 좀 먹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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