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 장례식
윌리엄 : 장례식
보스턴의 하늘은 흐렸다.
장례식장 별실. 나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바깥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수아의 동료들. 친구들. 그녀를 사랑했던 사람들.
뒤에서 아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지수였다. 세 살. 검은 원피스를 입고 현철의 무릎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두리번거렸다. 엄마가 어디 있냐고 묻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물 마실래?"
현철이 물었다. 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문이 열렸다. 장의사가 고개를 숙였다.
"시간입니다."
현철이 일어섰다. 지수의 손을 잡았다.
나도 따라 일어섰다.
***
묘지는 언덕 위에 있었다.
보스턴 특유의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잔디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흐린 날이었다. 장례식에 어울리는 날이었다.
목사가 성경을 읽었다. 나는 한 마디도 듣지 못했다.
관 위에 놓인 흰 장미만 바라보았다. 수아가 좋아하던 꽃.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의 방에 있던 꽃.
"...먼지에서 왔으니 먼지로 돌아가리라."
목사의 말이 끝났다.
***
기계음이 울렸다.
관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검은 구멍 속으로. 땅속으로.
지수가 현철의 품에서 칭얼거렸다. 엄마가 어디 갔냐고. 집에 가고 싶다고.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관이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수아가 저 안에 있었다. 차가운 나무 상자 안에. 다시는 웃지 않을, 다시는 말하지 않을 그녀가.
쿵.
관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들렸다.
인부 두 명이 삽을 들었다. 첫 번째 흙이 관 위에 떨어졌다. 마른 흙이 하얀 장미 위로 쏟아졌다. 두 번째. 세 번째. 장미가 사라졌다.
***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검은 옷의 그림자들이 언덕을 내려갔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삶은 계속된다고. 그녀도 그걸 원했을 거라고.
현철이 다가왔다.
"윌리엄, 가자. 지수도 지쳤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윌리엄?"
"먼저 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현철이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그리고 지수를 안은 채 돌아섰다.
"현철."
내 입에서 말이 나왔다. 내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
현철이 멈췄다. 돌아보았다.
"다음엔 늦지 마."
현철의 표정이 굳었다. 뭐라고 되묻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
수아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복도에서 현철을 붙잡았을 때.
형광등 불빛 아래 현철의 얼굴은 창백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사람의 얼굴. 눈 밑에 검은 그림자가 져 있었다.
'방법이 있어.'
내가 그의 가운을 붙잡으며 말했다.
'T-오가넬. 쓸 수 있잖아.'
현철이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단호하게.
'안 돼.'
'왜? 네가 만든 거잖아. MELAS 치료를 위해서.'
'아직 안전하지 않아. 동물 실험에서 절반이 폐사했어.'
'절반은 살았다는 거잖아!'
내 목소리가 커졌다. 복도를 지나가던 간호사가 우리를 쳐다봤다.
'윌리엄, 진정해.'
'진정하라고? 수아가 죽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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