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 마이클강
지수 : 마이클강
오전 10시.
유진 언니가 가방을 챙겼다.
"송도에 다녀올게. 친구가 운영하던 바이오 스타트업이 문을 닫았는데, 연구실을 빌릴 수 있을지 확인해 보려고."
"얼마나 걸려요?"
"저녁 전에는 돌아올 거야. 호텔에서 나가지 말고 기다려."
언니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덧붙였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모르는 사람이 오면 절대 문 열지 마."
문이 닫혔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
수연과 나, 둘만 남았다.
***
시간이 늘어졌다.
TV를 켰다가 껐다. 수연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서울 도심의 빌딩들이 회색빛으로 늘어서 있었다.
오후 1시 23분.
"악!"
욕실에 다녀오던 수연이 비명을 질렀다.
"왜 그래?"
놀라서 돌아보니, 수연이 현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하얀 봉투가 들려 있었다. 문틈 사이로 밀려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이거... 이거 봐요..."
수연이 사색이 된 얼굴로 내게 봉투를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짧은 편지와 명함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명함을 보았다.
**[ Calyx 기획조사팀 팀장 마이클 강 (Michael Kang) ]**
칼릭스.
편지는 간결하고 정중했다.
**[ 잠시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로비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대화. 로비. 기다리겠다.
강제가 아니라 요청이었다. 들이닥치려면 진작 들이닥쳤을 것이다. 문을 따고 들어오는 건 이 사람들한테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명함을 남기고 로비에서 기다린다.
"어떡해... 어떡해요, 언니? 칼릭스가 왔어요."
수연이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수연의 움직임이 멈췄다.
"수연아?"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하얘."
"뭐?"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생각도 안 나."
수연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평소의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흐릿해져 있었다.
"숫자가... 안 보여. 계산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안 떠올라. 왜지?"
그녀가 눈을 떴다. 동공이 풀려 있었다.
"무서워. 근데... 무섭다는 생각도 희미해져.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아."
뉴럴 댐퍼. 가방을 열었다. 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하얀색 정제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수연아, 입 벌려."
수연의 혀 위에 약을 올렸다. 유진 언니가 하던 것처럼. 물을 떠다 입에 대주었다.
30초. 1분. 수연의 동공에 초점이 돌아왔다.
"아... 미안. 갑자기 멍해졌어. 왜 그랬지?"
"괜찮아?"
"응... 이제 괜찮아. 근데 방금 뭔가 이상했어. 뇌가 꺼지는 느낌이었어. 컴퓨터가 과열돼서 강제 종료되는 것처럼."
수연이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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