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 : 병원
수연 : 병원
복도가 길었다.
유진이 간호사 데스크에서 물었다.
"환자 은지수요."
"검사 중이십니다. 보호자분은 대기실에서 기다려주세요."
대기실에 마이클 강이 앉아 있었다.
회색 코트를 벗지 않은 채였다. 우리를 보고 일어섰다. 걱정하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완벽하게.
"수연 씨, 유진 박사님."
윌리엄.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아직은.
"왜 여기 있어요?"
유진이 물었다.
"지수 씨가 쓰러졌을 때 회사에 있었습니다. 앰뷸런스에 같이 탔어요."
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수 언니는요?"
"중환자실입니다. 검사 중이에요."
기다렸다. 유진이 내 옆에 앉았다. 마이클 강은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세 사람 사이에 테이블이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만 들렸다.
저 사람이. 내 사고를 조작한 사람이. 김준우를 죽인 사람이. 지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앉아 있다.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참았다.
지수가 먼저다.
***
한 시간 후, 의사가 나왔다.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였다. 이름표에 '신경과 김태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상담실로 안내했다.
"보호자분이시죠."
고개를 끄덕였다. 법적 보호자. 김수연. 나.
모니터에 MRI 영상이 떠 있었다. 뇌 조직 사이로 번진 흰 얼룩.
"이송 중에 MELAS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당 방향으로 검사를 진행했고, 확진되었습니다."
MELAS. 알고 있었다. 지수의 몸 안에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던 병.
"MRI 결과, 좌측 측두엽과 후두엽에 광범위한 병변이 확인됩니다."
의사의 펜이 모니터의 흰 부분을 가리켰다.
"일반적인 뇌졸중과 달리 혈관 영역을 따르지 않는 패턴입니다. MELAS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뇌졸중 유사 병변입니다."
무릎 위의 손을 움켜쥐었다.
"다만 한 가지 — 일반 뇌졸중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뇌세포가 괴사된 것은 아닙니다. 혈관이 막혀서 산소가 차단된 게 아니라, 세포 내부의 에너지 생산이 멈춘 겁니다. 쉽게 말하면 세포가 죽은 게 아니라 꺼진 겁니다. 대사성 기절 상태입니다."
유진이 미세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 단어에 반응한 것이 보였다. 꺼진 거라면 — 다시 켤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꺼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괴사로 진행됩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현재 의식 수준은 GCS 7점입니다. 자발적 개안이 없고, 통증 자극에 대한 반응도 제한적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혼수 상태입니다."
혼수.
"회복 가능성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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