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그녀, 내남편(36)

유진 : 차폐실

by 빌리박


유진 : 차폐실


수연이 연구소에 도착한 건 전화를 끊고 40분 후였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수연의 모습이 보이자 손을 들었다. 수연이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얼굴이 부어 있었다. 밤새 울었거나, 잠을 못 잤거나, 둘 다이거나.


"언니."


"왔어. 따라와."


인사는 생략했다. 복도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


차폐실은 지하 3층에 있었다.


원래는 전자파 차단이 필요한 정밀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벽면 전체가 구리 메쉬로 둘러싸여 있고, 외부와의 모든 전자기 신호가 차단되었다. 휴대폰도 안 터졌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누가 듣고 있든 상관없었다.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가 철컥 소리를 냈다.


"앉아."


수연이 의자에 앉았다.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수연의 눈이 붉었다. 하지만 지금 울고 있지는 않았다. 울 것이 다 마른 사람의 얼굴이었다.


"수연아."


"응."


"마이클 강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수연의 어깨가 굳었다.


***


"내가 바이오 바디 수술 데이터를 전부 뒤졌어."


수연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 연구소에서 진행된 모든 바이오 바디 이식 수술 기록. F 시리즈, M 시리즈 전부."


"M 시리즈?"


"남성형 바이오 바디. 너는 F-72잖아. M은 남성형이야."


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M-72 수술 기록을 찾았어."


"M-72?"


"수술 날짜가 흥미로워. 윌리엄 박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발표된 시점 직전이야."


수연의 눈이 커졌다.


"잠깐, 언니. 그러면..."


"윌리엄은 죽지 않았어. 새 몸으로 옮겨간 거야."


***


침묵이 흘렀다.


수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M-72가... 마이클 강이야?"


"기록상으로는 환자명이 코드로 되어 있어.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야. 하지만 시점이 너무 정확하게 맞아."


내가 테이블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았다. 화면에 차트가 떠 있었다.


"여기 봐. 윌리엄 사망 발표: 9월 15일. M-72 수술 기록: 9월 12일. 3일 차이야."


수연이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데이터를 읽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클 강이 칼릭스에 처음 나타난 시점. 10월 3일. 수술 후 회복에 필요한 시간과 정확히 맞아."


"그러니까..."


수연이 천천히 말했다.


"마이클 강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야. 윌리엄이 새 몸에 들어가서 만들어낸 정체."


"그렇게 보고 있어."


***


수연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숨을 내쉬었다. 정보를 소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런데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했잖아."


"응. 기록상으로는 환자명이 코드야. '마이클 강'이라는 이름은 어디에도 없어."


"그러면 어떻게 확인해?"


"원래 마이클 강의 신원을 찾으면 돼."


수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마이클 강?"


"윌리엄이 마이클 강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면, 그 이름은 어디선가 가져온 거야. 진짜 마이클 강이라는 사람이 있었을 거야. 아마 사망자겠지. 죽은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면 추적이 어려우니까."


"그걸 어떻게 찾아?"


"그게 문제야. 외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야 하는데, 내 권한으로는 어려워."


***


침묵이 흘렀다.


수연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이라고 해봤자 지하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언니."


"응."


"마이클 강한테 직접 물어보면 안 돼?"


그건 생각하지 못했다.


"직접?"


"응. 내가 전화해서 물어볼게."


"위험하지 않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빌리박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개발자, SF매니아, 단편 SF를 씁니다.

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SF소설] 그녀, 내남편(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