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비즈니스 브랜딩 전략
어느 봄날 아침, 88세의 노인이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패드를 켠다.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하자 새하얀 캔버스 위에 선명한 파란색 선이 흘러내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요크셔의 풍경이 디지털 화면 안에서 다시 태어난다. 이 노인의 이름은 데이비드 호크니.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존 작가 중 한 명이다.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무엇이 그를 88세까지 창작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왜 그의 작품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비싸질까?
"저는 11살 때 마음속으로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당시 '예술가'라는 단어의 의미는 매우 모호했죠."
호크니의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어릴 적 내가 꿈꾸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디자이너'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단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호크니에게도 예술가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드는 사람, 포스터를 그리는 사람, 포스터에 글자를 쓰는 사람... 브러시를 들고 뭔가를 그리는 사람' 모두였다.
아이의 순수한 열정은 때로 어른의 복잡한 계산보다 더 정확한 방향을 가리킨다. 호크니는 그 순수함을 평생 잃지 않았다. 브래드퍼드 미술학교에서 하루 12시간을 보내며 "그곳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브랜딩의 시작을 본다. 바로 진정성이다.
호크니의 사진을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작품과 같은 색상의 옷을 입고 있다. 밝은 파란색이 돋보이는 작품 앞에서는 파란 셔츠를, 화사한 노란색 그림 옆에서는 노란색 재킷을 입는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40년 넘게 유지해온 동그란 안경, 금발 머리, 발랄한 색상의 옷들. 모든 것이 그의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내성적인 청년이었던 그가 일찍부터 깨달은 것은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도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이었다.
현대의 창작자들이 고민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호크니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패션은 단순히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작품과 작가를 하나로 연결하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호크니가 진정 특별한 이유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했다는 점이다. 회화에서 시작해 사진, 판화, 무대 디자인, 그리고 최근의 디지털 아트까지. 그는 "예술가는 한 가지 스타일에만 고착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80대에 아이패드를 손에 든 그의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모습.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창작자의 조건이 아닐까?
우리는 종종 '전문성'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한정짓는다. 하지만 호크니는 보여준다. 진정한 전문성은 하나의 영역을 깊이 파면서도, 동시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2018년, 호크니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이 9천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생존 작가 최고가 기록이었다. 이 숫자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단순히 작품의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호크니만의 일관된 세계관, 변하지 않는 진정성, 그리고 끊임없는 실험 정신이 만들어낸 신뢰다. 컬렉터들은 호크니의 작품을 살 때, 단순히 그림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의 '브랜드'를 사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수백만 달러의 대형 회화부터 비교적 접근 가능한 판화까지. 이는 마치 럭셔리 브랜드가 플래그십 제품과 함께 입문용 제품을 함께 제공하는 전략과 닮아있다.
결국 호크니가 88세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그에게 창작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일 것이다. 11살 때 품었던 꿈을 지금도 매일 아침 아이패드를 켜며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호크니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기술적인 전략을 넘어선다. 그것은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지속성의 힘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것.
브랜딩이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는 방법이다. 호크니의 이야기는 단순히 성공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자신의 꿈을 지켜나간 이야기다.
창작자로서, 브랜더로서, 우리는 묻는다. 나만의 파란색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색깔을 평생에 걸쳐 지켜나갈 용기가 있는가?
88세 노인의 아이패드 화면에서 피어나는 봄꽃처럼, 우리의 창작도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피어날 수 있을까? 호크니는 여전히 그 답을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