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와 귀뚜라미 울음 사이
"소영아, 가을이 오고있어."
"그걸 어떻게 알아?"
"귀뚜라미가 울잖아. 잘 들어봐."
여름내내 우짖던 매미 소리가 지나가고 귀뚜라미소리가 가득 들려왔다. 아, 이게 가을 소리구나.
몇 년 전, 아빠와 집 앞을 거닐며 나눴던 대화는 같은 계절만 오면 귀를 쫑긋 세워 귀뚜라미 소리를 찾게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었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집을 구하러 다닐 때, 큰 창 앞에 나무들이 심어져있는 지금의 집으로 결정한 것도 계절이 오는걸 조금이나마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기때문이다.
집순이가 아닌 나는 무조건 하루 한 번 정도는 집 문을 나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러 나섰다. 혼자서 공원 끝에서 끝을 거닐기도 할 만큼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걷는걸 좋아한다. 그런 내가 지금 6일 째,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는 이유는 큰 창과 나무들, 그리고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 덕분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할 때, 며칠새 바람 온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매미소리가 사라지고, 귀뚜라미만 울기 시작했다.
가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