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인도 하이데라바드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목이 너무 말라 물을 사기 위해 숙소 밖을 나섰다. 숙소 주변 상점들의 불은 거의 다 꺼져있었다. 골목은 어두컴컴했고 처음 걷는 타지의 낯선 분위기는 나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근처에는 물을 팔 만한 상점이 보이지 않았다. 너무 늦은 시간 낯선 타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길에 있는 현지인에게 근처에 물을 살 수 있는 곳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다가 손가락으로 어느 한 방향을 가리킨다.
그 친구가 알려준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었을까,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 상점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고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돌리던 찰나에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오토바이 소리는 점점 더 나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뒤를 돌아 보니 오토바이에는 아까 길을 알려줬던 현지인이 타고 있었다. 어디서 사 왔는지 모를 물 한 병을 들고서. 그리고 그 물을 아무 말 없이 나에게 건내 줬다. 너무 놀라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돈을 주겠다고 하니 괜찮다며 연신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는 쿨하게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어두운 골목길로 사라졌다.
너무 갑작스럽고 이유 없는 친절이라 조금 놀라기도 했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갑자기 하이데라바드라는 도시가, 아니 인도라는 나라가 새롭게 보였다. 여행하며 사람들을 항상 경계하곤 했었는데 뭔가 그런 내 행동이 부끄러워졌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오늘 밤과 같은 이유 없는 친절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