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열등감이 나를 만든다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by 김보준

간호학과에서의 공부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입학하기 전부터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매주 쏟아지는 과제에 쪽지시험, 방대한 시험 범위, 그리고 실습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몰아쳤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빡빡한 교육과정에서 실습시간으로 1,000시간을 채워 나가다 보니 대학생활 내내 여유가 많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황금 같은 대학생활을 독서실에 앉아 공부만 하며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각종 공모전 등 살면서 오직 대학생 때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대외활동들이 많다. 대학생활을 다양하게 즐기는 것은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다. 책상 앞에서 책장만 들여다보며 대학생활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겠는가?

나는 평소에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학생활 동안 많은 시간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대외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며 보냈다. 물론 학과 친구들과 모여 노는 자리에도 항상 빠지지 않고 참석하곤 했다. 평상시 나와 친했던 친구들은, 사람들도 자주 만나고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면서 언제 공부를 하고 어떻게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곤 했다. 친구들도 나와 같이 노는데 어째서 나만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는지 신기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내가 엄청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다. 공부를 할 때에도 글을 읽는 속도가 남들보다 배로 느린 탓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어떤 일이든 남들보다 배우고 이해하는 게 더딘 편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남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단 한 번도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외활동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대학 입학 후부터는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도 너무 아까워 모두 끊어 버렸다. 남들보다 더디고 느린 나였기에 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시험기간에는 항상 스스로 공부한 것이 부족함 투성이라는 생각에 독서실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들곤 했다. 남들보다 머리가 똑똑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남들보다 더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자신은 있었다. 늘 같은 자리에 언제나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오죽하면 돌부처라는 말이 나왔을까.

어떤 시험이든 시험을 준비하며 최소 세 번 이상을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전반적으로 가볍게 글을 읽으며 봤고, 두 번째는 중요한 부분을 체크하며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며 머릿속에 공부한 내용들을 집어넣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머릿속에 들어올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늘 열등감에 쌓여 있었던 덕분에 항상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열등감으로 인해 나는 늘 겸손할 수 있었고 낮은 자세에서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all A+ 성적표.png


한번은 스스로가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시험에서 전 과목 A+를 받은 적이 있다. 내가 말로만 듣던 ‘과탑’을 대학생활 동안 경험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가장 늦게 간호학과의 문을 닫고 입학했던 내가 가장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결과들 또한 모두 내가 가진 열등감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결과였다. 항상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남들보다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남들보다 몇 배나 더 열심히 노력할 자신이 있다고.

뒤돌아보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열등감’이었다.

책.jpg 에세이‘사막을 달리는 간호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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