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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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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Dec 12. 2023

줄기세포화장품이 뭐라고!

40대 중년의 자유와 낭만을 버리다

6년 전쯤.

가정과 일에 몰입된 네 여인이 자유의 염원을 담아 해외여행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했다.



'언젠간 가겠지 여행계'

 매월 17일

 회비는  3만 원


 3만 원으로 해외여행이라니 그때의 우리에겐 자유과 그 자유를 누릴 낭만의 값이 3만 원쯤이었다.



첫 발령지가 같고, 타지에서 적응해야 하는 점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하는 일이 같아서 똑같은 고민을 하고, 함께 울어주고, 공감해 주어야만 했던 사람들.


그때의 애틋했던 넷이 모여 만든 여행을 위한 통장이었다.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일과 직원으로서의 일을 동시에 하다 보니 개인 시간은 없기 마련이다. 결혼 전 매일 같이 만나던 네 여인은 결혼 후엔 만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서로가 안쓰럽고 그래서 서로가 위안이 되었다.


"지금은 못 만나지만 아이들 크고 나면 우리끼리 해외여행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갈 수 있지~~"

"우리 그때를 위해 돈을 좀 모아볼까?"

"좋아"


우린 6년을 모았다.

6년이 지나버렸는지도 모른 채 돈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빵빵해진 계좌잔고를 그만두고 볼 수 없던 네 여인은 특급 한우를 구워 먹고 딸기케이크가 맛있다는 카페에도 갔다. 나름의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고 우리는 자유를 즐길 준비가 되었다.

"이러다 진짜로 유럽 가는 거 아니야?"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Y의 한마디에 우리 여행 계좌가 폐기됐다.


" 동글로야! 너 얼굴이! "

말하지 않아도 다 알만한 표정을 하고 끊임없이 말한다.


" 왜? 내 얼굴이 그 정도야? "

" 노안이 시작됐어. 다초첨렌즈 안경을 써서 그런 거야~ 돋보기 보여?"

"근데 넌 더 이뻐졌다?"


" 나? 좋아졌지?"

" 나 있잖아. 안 되겠다. "

"너를 줄기세포 화장품의 세계로 인도해야겠다 "

Y는 나와 나이가 같은 45세다. 다크서클이 없어졌고, 주근깨가 사라졌다. 이뻐지고 밝아졌다.


" 블라 블라 블라 블라 " 전문가로 빙의된 채 영업인 것 같으면서도 나를 위한 조언의 말을 해주는 Y.


얼굴이 역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로 놀랠 정도라니 서글프다. 열심히 조언하는 Y의 말과 달리 나는 화장품이나 미용기기를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이미 많이 당하고도 남을 나이가 아닌가?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여행 모임 한 멤버인 S가 저 이야기를 듣더니 귀가 팔랑팔랑 해졌다. 눈은 똥그래졌고 몸통은 더 수그려진다. 궁금한 질문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 내 눈엔 여전히 이뻐! 넌 안 해도 돼!"

짧고 굵었던 나의 칭찬은 더 이뻐지고 싶은 S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그날부터 울리는 단톡방 소리,

전화벨 소리.

이번엔 S가 Y에 빙의 됐다.


"우리 줄기세포 화장품 사자"

"176만 원이라는데?"

"너무 비싼 데다 돈이 없어"

"효과가 있긴 해?"

"믿을만해?"


이런저런 질문과 답 끝에 나온 질문이 혼란을 잠재웠다.

"여행 가긴 갈 거야?"

"여행 모임 계좌를 나누면 딱 맞는데."

어떤 답을 원하는지 모르는 바보는 없다.


지금은 아이들이 혼자서 밥 먹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엄마 없이 5일은 있을 수 있을 나이가 됐다. 우리 모임이 아니어도 해외여행은 언제든지 갈 수가 있다.


줄기세포한테 우리 여행은 가볍게 밀렸다. 리의 과거로부터 이어온 자유의지와 낭만이 줄기세포 화장품 따위에 의해 사라져 버렸다.


네 여인은 계속된 만남을 앞으로도 이어가야 한다. 줄기세포 화장품에 대한 어떤 의견도 더 이상 내어 놓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줄기세포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하자 또 조언을 해줬다.


1,800,000원은 오롯이 본인을 위해 써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줬다. 집행 계획서를 내라나 마라나 직업병이 따로 없다. 자유에 대한 갈망을 망쳐버린 네 여인의 자존심이다.


와~1,800,000원 생겼다.

내 주름 덕분이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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