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여자

잘 가라 1층 여자

by 동글로

알고 지낸 지는 20년이 됐다.

우리는 10년 넘게 같은 아파트 같은 동 다른 층에 살았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로 가족보다 더 많이 만났고 남편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심지어 남편들에게 못할 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서로 조잘댔다. 어찌 보면 이웃사촌이란 단어보단 더 가까운 사이다. 이웃삼촌?


1층 여자는 어린아이 같은 맑은 눈동자와 부드러운 성품을 갖고 있다.

아직 세상과 타협하지 않았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골똘히 생각하다 단판을 짓기도 한다.

게다가 책임감은 또 어찌나 많은지 프로 오지라퍼다.

내면은 누구보다 단단하다.

새로운 꿈이 있어 공부도 늘 찾아 하는 사람이다.

관심분야는 어찌나 많은지 똑똑 박사가 따로 없어 나는 유박사라고 부른다.

그런데 곧 진짜 박사님이 될 예정이라 틀린 말도 아니다.


야리야리한 몸을 갖고 있으면서도 세상 든든한 어른으로 변신해 내 모든 불행의 회오리를 단숨에 끊어내주기도 한다. 그녀가 갖고 있는 위대한 공감력은 그저 빛나는 대문자 F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 같은 시기에 겪은 비슷한 세월의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1층 여자는 4층 여자 한정 전문 심리상담사다.

내가 자존감이 떨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말로 나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한다. 그마저도 부족하면 책을 찾아 준다. 나의 모든 것이 지겹게 느껴졌더라면 10년을 지나오지 못했을 것을 안다. 그 때문에 나는 여전히 1층 여자를 나의 자존감 재조 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 있다는 말이 떠돌았다. 다짐을 한다. 1층 여자에게 더 이상 내 고민을 말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나는 열두 번도 넘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늘 무너졌고 어느샌가 조잘대며 말한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어지고 해결책이 나오고 다시 온전한 내가 된다.


나는 1층여자에게 자식 자랑도, 고양이 자랑도, 부끄러운 고민도 서스름 없이 이야기한다. 기쁜 일은 시기 없이 내 일처럼 기뻐해 주고, 고민은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의 자세로 나를 대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나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나누는, 나의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는 그 1층여자가 이번 주에 이사를 간다.

유박사 = 1층여자


내가 기억하기론 아파트를 부동산에 내놓은 지 5년이 넘은 것 같은데, 그래서 절대로 가지 못할 것 같아서 잊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사를 간다고 좋아한다.


멀지 않은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간다.

그런데 이상하다.

거리는 살짝 멀어졌는데 왜 이렇게 멀리 가는 것만 같은지 섭섭하기만 하다.

섭섭한 마음이 커서 몇 달간 쓰지 않은 브런치를 찾았다.

1층 여자의 마법이다.


나도 좋은 사람이되어야지.


오동엄마 잘 가!

누가 보면 미국으로 이사 가는 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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