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청소년이 됐구나
주말 가족이 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주말에만 아이들을 만나서 그런지 전에는 거슬리던 모든 것들이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역시 멀리 보아야 아름다운 것일까?
남편은 요즘 아들의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퇴근을 한다. 학원 앞에서 아들을 만나 집에 들어온다고 한다. 내가 있을 땐 신경 쓰지 않더니 내가 멀리 있어서 그럴까? 남편은 아들을 살뜰히 챙긴다.
어느 날은 아빠가 자기만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회사로 갔다며 의아해하며 웃었다.
"내가 애기도 아니고, 원래부터 혼자 잘 다녔는데 왜 데려다주고 다시 가는 거야?"
그러게 너네 아빠가 왜 그럴까나?
마침 이번 월요일은 출장이 겹쳐 하루를 더 가족과 있게 됐다. 늦은 시간이 되어야 돌아오는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하고 기다렸다. 역시나 같이 들어오길래 밥을 차렸다. 남편은 손과 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 한 참이 지나도 아들이 오지 않길래 물었다.
"국 다 식는데, 잼민이는 뭐 해 밥 안 먹고?"
"잼민이는 원래 오면 사워하고 밥 먹던데?"
아침에도 샤워를 하는데 저녁에도 사워를 한다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러 번 말을 해야 씻고, 다그칠 때마다 마지못해 어기적거리며 샤워하러 가던 아들이 아니었던가? 그런 아들이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한다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람?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첫째 딸이다.
예전에는 1시간을 넘게 씻었다. 수증기가 목욕탕에 꽉 차도록, 밖에서 사람이 기다리건 말건 꾸물거리며 씻었다. 오히려 빨리 씻는 엄마가 신기하다 했다. 사람은 처음엔 당황하고 불편하지만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내게 딸은 1시간 동안 씻는 아이라고 머릿속에 박혀있다.
그런 이유로 딸이 기숙사를 가기 전과 비교해 우리 집 수도요금이 3톤이 줄었다. 관리비 고지서에 감(-) 표시가 되어 나왔는데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수도요금, 전기요금까지 많이 줄었다.
기숙사에서 돌아온 주말
"슈미나 얼른 씻고 자! "
"엄마! 저 엄청 빨리 씻어요. 걱정 마세요 저 15분 컷이에요!"
"진짜 빨리 씻었죠?"말하며 씩 웃고 나온다.
자기도 이렇게 빨리 씻게 될 줄 몰랐다고 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역시 아이들은 부모가 키우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아이들 스스로가 자라는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엄마 아빠가 하는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가 많았다. 그냥 부모님 심기를 안 건드리기 위해서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렇게 깔끔 떨던 딸이 15분 컷 샤워에 아침에 입고 나갈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잔다고 한다.
아휴 놀라워라.
나는 진짜 놀랍다.
루이야
간식 없어
그만 쳐다봐
누나, 형아가 놀래게 해도
난 루이가 제일 놀랍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