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도 가끔 배신하지

어쩌겠어 다시 또 해야지

by 동글로

초록잎이 빼꼼하고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 보이는 이쁜 계절이다.

풀꽃을 보고 배실배실 웃다가 갑자기 미안해졌다.

지금 우리 집 미성년자들은 중간고사기간이니까.


너희가 모두 중학생일 땐 중간고사기간이 그저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힘든데 어째서 재미있었느냐고?


너희 둘은 식탁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기도 하고, 각자의 방에서 중얼거리며 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다.

가끔은 엉터리 노래를 불러 공부를 방해하며 깔깔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새 같은 방에 들어가 책상에 하나 침대에 하나 자리 잡고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보기 좋았다.


네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동생은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 아니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라는 말이 나올 만큼 너는 열심히 했다. 공부란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구나 싶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노력의 시간이었다.


기숙사생이 되어 주말에야 돌아오는 너에게 동생은 또 쫑알거리며 앞에 앉는다. 질문을 하기도 하고 약을 올리면서도 또 나란히 식탁에 앉아 공부를 한다. 누나가 있으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모두가 공감하고 고마워할 거야. 스스로 공부하는 자녀의 모습이니 얼마나 뿌듯할까. 노력하는 너의 모습을 닮아가려는 동생을 볼 때면 엄마는 늘 네가 먼저 태어난 것에 고마웠다. 동생은 그저 누나가 꾸준히 하는 자세를 눈앞에서 보는 것으로 같이 닮아갔다.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을 네가 대신 동생에게 해준 것 같아 늘 고맙다. 그래서 나는 감당할 만한 사춘기를 보내는 자식을 둔 엄마가 됐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말들이 틀릴 때도 있다.

노력이 배신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이렇게 힘든 사람이 많을 리가 없지 않겠니? 마치 기도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것처럼 말이지.


네가 울면서 괜찮다고 말해달라고 전화가 왔을 때 엄마는 단 1초의 망설임도 들지 않았다.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충분히 잘했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여태 배신하지 않던 노력이 이번엔 배신을 해버렸구나.


저는 나중에 뭘 할 수 있을까요?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오늘을 살아.

우선 오늘 뭘 해야겠어? 내일 시험공부를 해야지.


왜 너는 아주 먼 미래를 벌써 걱정할까 고민해 봤다.

설명회에서도, 학원에서도, 학교에서도 1등급이 아니면 힘들다는 단언 때문이겠지. 그 사람들이 틀린 게 아닐까? 1등급만 성공하는 세상일리가 없잖아? 성공의 기준도 다들 다를 텐데 어째서 1등급만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끔 엄마는 너무 세상이 힘들 때 그런 생각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멸망.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지구 멸망말이지

너무 극단의 값이겠지만 그때는 1등이 무슨 소용이겠니?

그러니 참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늘 하던 대로 하다 보면 계단을 올라가는 날이 오긴 온다.

의심하지 말자


그러다 노력이 또 배신해도 어쩔 것이냐?

그 또한 받아들이고 또 노력해 봐야지 언제까지 배신하나 보자.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보자면서 말이야.

이쁜 내 딸 파이팅 하자~!

잘하려고 하는 네가 안쓰러워 파이팅이란 말도 미안하다.


왜 애들을 등급으로 나누고 난리람

에효.

이젠 시험기간을 그저 지켜보는 재미로만 여길 수 없는 고딩의 시기란 말인가.


가끔 엄마 브런치를 읽는 딸에게 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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