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그 흔한 말은 누가 처음 했을까? 요즘 나의 일상은 빈번하게 이 말이 튀어나온다. 오늘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아들은 어제부터 6학년 음악책에 나오는 곡으로 리코더 시험을 본다며 집에서 연습 중이다.
도대체 무슨 노래일까? 궁금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리코더 소리가 계속됐다.
"잼민아. 근데 곡 이름이 뭐야?"
"엄마 비틀스 좋아한다면서 몰라? 오블라디 오블라다잖아."
'아무도 너의 리코더 소리를 듣고는 알아채지 못할 것 같은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엄마가 모르는 걸로 하자.'
"아~ 그렇구나~"
어제는 처음 들은 리코더 소리에 루이의 눈이 똥그래졌다. 먼발치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저 물건은 무엇인가? 하고 궁금해하더니 오늘은 탐색을 마쳤는지 리코더 앞까지 왔다. 호기심은 겁을 상실하게 만든다.
다행히도 우리 잼민이의 리코더 소리도 이제는 좀 알아들을 만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배가 부르다.
고양이를 만난 우리 가족의 삶은 몇 배로 행복해졌다. 고양이가 오지 않았으면 다들 어쩔 뻔했어? 아기 고양이때는 빠지지 않던 털이 요즘 엄청나게 빠지기 시작했다. 부모님들이 염려하던 일이 드디어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에 갈 때 입은 아들 옷에도 고양이 털이 많이 묻었나 보다.
"엄마! 친구들이 네 옷에는 무슨 털이 이렇게 많이 묻었냐고 물어봤어"
"그래서 뭐라고 답했어?"
"응 우리 고양이 털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뭐래?"
"아주 부럽다고 하지~친구들 엄마는 고양이 키우는 거 다 반대한대~"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들 한 마디에 좋은 엄마로 등극했다. 히히히
검정티셔츠를 입고 루이를 안고 거실을 돌아다니는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고양이 털이 옷에 묻는데 괜찮아?"
"괜찮아~~~ 나는 고양이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고양이가 무슨 비트코인이나 되는 줄 알았다. 보유라니. 우리 고양이를 보호가 아니라 보유를 하고 있다니.
우리 집은 대동단결 루이 사랑꾼 집합체다.
고양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딸은 루이 화장실을 비우고 낚시놀이를 해준다. 그 외에는 별로 하는 게 없다. 루이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눈과 입으로 이뻐한다. 그런 딸을 가장 좋아하는 우리 루이는 누나를 깨물지도 달려들지도 않는다.
엄마집사는 억울하다. 매일 물린다. 루이가 깨물어 아침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루이는 그 어렵다는 미라클모닝을 강제하게 만들어 준다. 잠에서 깬 후 루이의 아침을 챙기고 노트북을 켠다. 아침을 다 먹은 루이는 내가 잠시 노트북을 보는 사이 자기만의 아지트로 들어갔다.
할 수 없이 엄마 집사는 남아 있는 아침시간에 글쓰기를 한다. 글쓰기 원동력은 우리 루이다. 만들기 어려운 루틴을 이렇게도 쉽게 만들어주었다. 오늘도 엄마집사는 또 아침 글쓰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