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로 Dec 18. 2023

가습기가 궁금한 고양이

건조하지 않아도 고양이에게 가습기를 양보하세요.


며칠 전부터 눈이 찢어질 듯 아프다. 노안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안자체는 눈알이 아프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은? 계속 컴퓨터를 째려보며 업무를 해왔기 때문이려니 생각했다.

' 일이 많긴 해. 업무분장을 다시 해야 하나'

어제는 직원 송별회 겸 회식이 있었다.

아픈 눈동자를 찡그리며 식당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한 참을 먹다 보니 눈이 아팠던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눈이 아프지 전혀 아프지 않네?

삼겹살 덕인가? 생고기 덕인가? 역시 고기가 답이란 말인가?


고기를 다 먹어갈 무렵까지도 눈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아! 건조해서구나' 왜 그 생각을 전혀 못했을까?


"실장님 사무실이 상상 이상으로 건조한가 봐요. 저 진짜 눈이 너무 아팠거든요"


그렇게 투덜거리고 나서 생각하니 내 자리 바로 위에 가습기가 놓여있다. 가습기가 있음에도 사무실 내부가 사막처럼 건조한 것이다.


환경을 더 이상 건조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집에 돌아와 가습기를 꺼냈다.

안방 머리맡에 하나, 거실에 하나를 배치하고 전원을 눌렀다.


처음 본 가습기가 궁금한 우리 고양이는 어느새 곁에 다가와 탐색하기 시작했다.

킁킁거리고 갸우뚱하고 바라보고 쳐다본다.



이건 뭐지?

무슨 소리지?

뭐가 나오는 거지?

왜 손에 닿자마자 사라지는 거지?

우리 집사는 또 어디서 이런 것을 가져왔을까?


야옹

궁금해.


한 번 먹어 볼까?

먹을 수가 없네?



만져볼까?

응?

만져지지가 않네?


먹을 수도 없어

차가워

맛도 없어

그런데 무엇인가 자꾸  뿜어져 나와 도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궁금한데?

장난감일까?



신기하다.

난 너에게 빠져버렸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만져보는 루이는 직립보행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루이야?

오늘 하루도 즐거웠니?

너를 지켜보는 집사도 행복하단다.

이제 그만 내려가지 그래?


싫다. 집사야.

나는 오늘 이 녀석을 맛볼 것이다.

그렇게 우리 루이는 가습기와 사랑에 빠졌다.


이제 남은 숙제! 나의 안구건조가 해소되기만 바랄 뿐이다.


가습기와의 만남 이틀차인 루이는 이미 적응완료상태다.


더 이상 호기심 어린 눈빛은 사라졌고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즐기고 있다.


'훗!

나란 고양이는 조금 촉촉해져야 할 필요가 있어.

집사들 샤워할 때 나오는 물과는 전혀 다르군 아주 맘에 들어.'


'가습기라는 게 꼭 인간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고.

내 고운 털에도 촉촉한 물기를 보충해야 된다고.'


'요즘 집사들이 안으려고 할 때마다 정전기가 일어나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음~ 이 촉촉함 아주 마음에 들어~'


딱 이런 표정의 루이야.

행복하니?

매거진의 이전글 리코더 부는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