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로 Dec 21. 2023

첫눈 구경하는 고양이

먹는 건 가?

루이에게 또 하나의 호기심이 찾아왔다.

묘생 첫눈.


강아지만 눈 밭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우리 고양이도 눈동자를 이리저리 옮기며 흩날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간다. 루이도 하얀 눈이 궁금한가 보다. 바라볼수록 눈송이와 점점 사랑에 빠지는지 한 참을 창밖만 바라보았다.


"루이야? 무슨 생각해?"


앉아서 보다가

서서 보다가

캣폴 위에 올라가서 오랫동안 하염없이 창밖을 응시한다.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설마 ' 먹는 것일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 먹보는 그럴 수 도 있겠다.


엄마 집사의 손을 따라 루이의 사료가 나오다 보니 엄마집사 손만 보면 루이는 달려든다. 아무래도 내 손안에 사료가 가득 쌓여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무는 힘을 조절할 줄 알게 된 루이지만 기분이 좋은 날은 그것과 상관없이 더 세게 문다. 이러다 구멍이 날 것 같다.


엄마 집사가 주방으로 가면 어느새 쪼르륵 따라와 나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혹시나 맛있는 사료를 꺼내 줄까 하는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을 발사한다. 불쌍하게 보이는 기대감에 찬 눈동자로 내 손과 내 눈을 차례로 확인한다.


하는 수 없이 집사는 트릿을 꺼내 주거나 츄르를 꺼내준다.

"이번 한 번 만이야~!"

'그건 모르겠고 일단 츄릅츄릅~'


"엄마! 비만 고양이의 원인은 늘 엄마라잖아!"

아들은 늘 저렇게 엄마집사에게 소리친다.


비만고양이는 건강하지 못하다며 말려대는 아들 몰래 엄마 집사와 고양이만의 거래는 늘 성사되고 만다. 고양이의 가련한 눈빛을 엄마 집사는 이길 수가 없다. 나를 물어뜯는 그 눈빛과는 720도 다르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루이야

츄르는 하루에 1개만 먹는 거야

비만고양이는 곤란하지 않겠니?

이제 그만 물어 진짜 구멍 나겠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다. 루이는 오늘도 눈을 향한 애정을 과시하며 한 참을 바라본다. 먼지떨이 같은 꼬리를 요리조리 흔들며 호기심 해결 중인 루이



매거진의 이전글 가습기가 궁금한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