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로 Dec 27. 2023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

루이의 첫 크리스마스

황금 같은 연휴로 만들어준 2023년 크리스마스시즌이었다.

아이들은 사춘기가 찾아왔고 부부에겐 피곤함이 찾아왔다.

낭만과 설렘은 사라졌다.

너희들 어디 갔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뜨거워진 이마를 핑계로 크리스마스엔 집에서 보냈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휴일이라는 안도감에서였는지 몸이 즉각 반응했다. 열이 나고 몸이 쑤시다. 쉬는 날 아프면 가장 억울한 법이다. 더 억울하게도 연휴가 끝난 다음 날은 몸이 말끔했다. 출근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프다는 핑계로 병가를 쓰는 직원이 간혹 부러울 때가 있다. 예전, 알 수 없는 어지러움 때문에 아팠던 나는 핑계 삼아 아픈 사람이 부럽다. 병가를 쓰고 싶은 꼼수가 진짜가 되어 나타날까 봐 나는 출근하는데 욕심을 낸다.


'출근해도 된다. 아프지 말자' 자기 암시


사라진 낭만, 사라진 산타할아버지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아이들에겐 매년 찾아오던 산타가 사라졌다. 선물 역시 도착하지 않았다. 아빠산타도 이제는 실행력을 상실했다. 초6인 아들은 억울하다. 잼민이는 아직 산타선물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어쩌랴 너에게 산타는 영원히 사라졌다.


상실감만 가득한 우리 집에 크리스마스에 딱 하나 더해진 것이 있다.

우리 집 고양이 루이


세상에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니?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

상상하지 못했다. 기억 속에 고양이는 시골집에 몰래 들어와 생선을 훔치던 모습, 현관문이 열리면 생선을 입에 물고 치타처럼 도망가던 모습뿐이다. 출입구에 서있는 나를 피해 출입구로 나가야 하는 고양이. 겁을 먹고 당황하는 눈동자와 더 겁먹은 나와의 짧은 대치를 끝으로 고양이는 생선과 함께 도망갔다.


아빠는 그런 고양이를 늘 범죄자 취급을 했었고 어린 나도 그렇게 학습됐다. 그렇게 학습된 고양이가 강아지 같이 귀여운 모습으로 우리 집에 있다. 생선을 훔치지도, 당황하지도, 겁을 먹지도 않고 내 옆에 있다니 다시 보아도 신기하다.


트리를 만들어 둔 첫날엔 장식들을 건들어보고 떨어뜨리더니 이내 흥미를 잃었다. 먹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고양이에게 흥미란? 먹는 것!


잼민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양이가 있네?



오늘은 주말도 아닌데 스멀스멀 머리가 아프다.

이것은 감기인가, 알레르기비염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