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글로 Jan 08. 2024

식탁 위의 고양이

우리 집에 루이가 온 지 8개월 차에 접어든다.

지금도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것이 내게는 새롭고도 놀라운 일이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을 주는 루이는 우리 집 막내로 완전하게 자리 잡았다.

막내는 뭘 해도 이쁘다는 특징이 있다.

식탁 위로 올라와 천연덕스럽게 폭풍 그루밍을 한다. 집사들이 식사를 하는 장소임에도 문제없다는 듯 열심히다. 저렇게 어려운 자세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그루밍을 할 수 있다니 고양이의 특권이 아닐까?


루이는 집사의 음식이 식탁 위에 놓이기 시작하면 집사의 행동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를 주시한다.


그 음식을 바라보며 저 음식이 내 것인지 집사의 것인지 판별을 한다. 초롱초롱하다 못해 가끔은 살벌한 눈빛을 발사하기도 한다. 그 눈이 음식을 노려보는지 내 손의 움직임을 노려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집중력을 발휘하는 루이.


형 집사가 우유를 따르자 루이는 그 모습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는다. 따라지는 우유를 쳐다보다 식탁아래로 내려가라고 명령하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슬픈 눈빛을 보내기도 한다. 정말 귀엽다.


어떤 날은 샐러드를 그윽하지 못한 눈초리로 노려본다. 냄새를 가까이에서 맡으려고 노력하다 집사들이 보든지 말든지 더 가까이 다가와 음식을 확인한다.


 이 것은 나의 것인가? 아닌 것인가? 미안하지만 아니구나 루이야. 아빠집사가 보기 전에 얼른 내려가렴. 고양이가 먹어본 음식도 집사는 문제없이 먹을 수 있다. 루이는 가족이니까.


가끔은 식탁이 고양이 침대가 된다.

집사들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공부를 하거나, 유튜브를 본다. 그럴 때면 루이는 가만히 올라와 움직이는 손가락을 쳐다보다 금방 잠에 든다.


형아가 게임을 한다. 엄마 집사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게임 속 소음이 싫다. 그러나 루이는 아무 상관이 없는지 옆에서 곤히 잘 잔다. 누나 집사가 요리를 할 때도 지켜보고 엄마가 글을 쓸 때에도 옆으로 다가와 눈을 꿈뻑이며 잠에 든다.


누가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을까? 우리 고양이는 가족의 중심이길 원하는 듯 보인다. 식탁에 네 가족이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 어느새 식탁에 올라와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관심을 요구한다. 하는 수 없이 주제는 다시 우리 집 고양이 루이로 돌아간다. 루이는 관심 끌기에 늘 성공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치명적 매력덩어리 루이.


아이들은 잘 때가 가장 이쁘다고들 한다. 우리 루이도 그렇다. 잘 때가 가장 이쁘다. 어떤 자세로도 완벽한 수면을 취하는 고양이 모습이 웃음 짓게 한다.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오늘은 루이 목욕을 시켰다.

누가 고양이가 목욕을 싫어한다고 했을까?

우리 루이는 목욕을 좋아한다. 다만, 말리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할 뿐이다.


그래서  덜 말려진 루이는 사가 글을 쓰는 지금도 식탁 위에 올라와 꾸벅꾸벅 잠을 청한다. 척척한 몸을 염려해 수건을 깔아 두었더니 어쩜 저리 잘 알고 수건 위에서 잠이 드는지 아주 기특하기만 하다.


추울까 걱정되어 수건 한 장을 더 올려주었더니만 잠에서 깨버린 루이가 내 눈엔 엘사처럼 이쁘다. 루이야 얼른 더 자렴.


잘 때가 제일 이쁘다 루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