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 모습은 복부비만 첫 단계를 지나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팔뚝까지 살들이 오르고 있다. 갑자기 찌기 시작한 살들은 쉼이 없는지 하루만 지나도 눈에 띄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통통한 아줌마들을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일부러 몸에 맞지 않은 작은 옷을 입었던 것이 아니라 맞춰 입던 옷들이 살 때문에 작아진 것이다.
조금 있으면 빠지겠지?라는 생각에 새 옷은 구입하지 않는다. 살이 빠질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인장의 손에 들린 기존에 입던 작은 옷들은 남의 옷을 일부러 입은 것 같은 모습이다.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사진 속에 찍힌 지금의 내 모습은 생기 없는 피부와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통통한 중년의 모습이다. 서글프지만 어쩌겠는가.
'왜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할까?'
'먹는 양은 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운동? 나는 원래 운동량이 없다'
'그렇다면? 반찬배달?'
과거의 나는 퇴근하면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하고 정리하고 집안일을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부지런 떠는 나 자신이 싫었다. 왜 나는 편하게 살지 못하지? 왜 나는 늘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지? 나도 남들처럼 배달 좀 시켜 먹어보자. 갑자기 각성한 k아줌마의 짜증이 배달음식을 불렀다.
그렇게 늘 만들어먹던 반찬마저도 배달을 시키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내가 만든 음식보다 맛이 있었다.
심지어 장을 봐서 만든 것보다 배달음식과 반찬 가격이 더 저렴했다.
간단했고, 편리했다.
그 후로 나는 어쩌다 한 번씩 간단한 요리만 했을 뿐 배달에 익숙해져 버리고 말았다. 내 몸도 슬슬 거기에 익숙해졌나 보다.
운동을 따로 하진 않았지만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주방을 정리하던 k중년은 최소한의 움직임마저 줄어들었다. '그래서 살이 찐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다시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좋아하는 소고기뭇국도 끓이고, 나물도 여러 가지 만들었다. 요리된 반찬대신 재료를 사 와 손질하고 간단히 해 먹기 시작했다.
이번주 월요일에는 퇴근길에 들러 생오리를 사 와 오리주물럭을 만들었다.
한 입 먹어보니 나름 맛있다.
그래 내가 완전한 요똥은 아니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우리 집은 늘 네 식구가 저녁을 같이 먹었었다.
하지만요즘 남편은 회사일이 너무 바빠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온다. 엄마인 나도 갑자기 저녁 약속이 잦아진다. 봄이 됐기 때문이다. 중학생인 딸과 아들은학원시간이 다르다. 자연스레넷이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을 날이 별로 없게 됐다.
월요일에 만들어진 오리주물럭은 일요일인 오늘까지 남아있다.
맙소사.
오리주물럭을 어쩌지?
며칠 전 식당에서 먹은 볶음밥이 생각났다. 후식으로 먹었던 볶음밥을 기억해 내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오리주물럭에 콩나물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점심으로 먹었다.
좀 더 움직여보고자 만들어낸 요리가 일주일이나 버티고 있을 줄이야.
불어날 내 살과의 대결이 딱 하루짜리 움직임으로 끝나버렸다.
살들과의 전쟁 대상으론 요리가 아닌 또 다른 상대를 찾아야 한다. 불어나는 살들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