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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글로 May 16. 2024

내 지갑의 우선순위가 고양이라니

고양이간식, 사료, 모래부터 구입

5월이라고 학원비와 관리비 그 외 공과금등 고정지출비가 감액되는 것은 아니다.

지출내역은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특별히 달라진 거라곤 교통사고로 인한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된 것을 제외하고는.


그럼에도 잔고는 이미 0에 수렴 중에 있었다.

왜? 어째서? 0일까?

모음통장에서 돈을 야금야금 빼서 사용했다.


어서 빨리 급여일이 되길 기다리던 차에 오늘 왠 알림이 뜬다.

그것도 반가운 입금 알림이다.

'오예'


3월에 입금되어야 할 것이 오늘에서야 입금된 것이다.

이렇게 늦게 입금된 적도 없지만 늦게 입금되어서도 이토록 반갑다니 밥 먹다가 큰소리로 '아싸'라고 외칠 뻔했다.


이번 달 월급이 나오면 루이 간식이랑, 사료를 빨리 구매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루이의 간식박스가 통장처럼 텅텅 비어갔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은 후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쇼핑몰에 접속해 츄르, 사료, 모래까지 넉넉하게 주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입금이 되자마자 내가 제일 먼저 소비하는 게 루이 거라니? 루이를 만나기 전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다.


이런 나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당연한 거야!'라고 스스로 합리화도 해본다.


루이는 이제 내게 좀 더 가까이 온다.

2센티쯤?

품에 안겨서도 좀 더 오래 참고 있어 준다.


어쩔 때는 너무 서운해서

" 자꾸 이러면 한 마리 더 데려온다?"하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다른 한 마리가 내 품에 안겨있을 거라는 근거는 없다. 루이가 내 말을 알아 들었을 리도 없다.


루이를 안고 있으면 따뜻하다.

털은 복슬복슬하고 부드럽다.

앙! 하고 나를 깨물지만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가볍게 문다.

인형과는 차원이 다른 살아 있는 귀여운 고양이가 우리 집에 있다.


늘 같이 있는 나를 갑자기 낯선 사람 취급하기도 하고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혼자 사방팔방 뛰어다니기도 한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온다.



그건 그렇고

이번 달은 왜 이렇게 빨리 통장이 텅장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했다.

아뿔싸

공모주 탓이다.


공모주를 청약한다면서 가족계좌마다 입금을 하고 청약한 후 다시 회수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내게 남은 잔액이 없었던 거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주식계좌에 입금된 금액은 다시 내 계좌로 이체하지 않는다. 그대로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남편계좌로 투자한다. (이체하기가 여간 어렵다. 내 계좌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에 혹하여 주식시장에 발을 담갔지만 경제적 자유보단 루이의 간식값이려니 하고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참으로 달콤하면서도 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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