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_밝은 마음으로 매번 향하지 못해도

by 루아 Rua

요즘의 나는

매번 밝은 마음으로 향하지 못한다.


어느 날은 괜찮다가도

어느 날은 갑자기

숨이 가빠진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각들.


최근에

남편 전시 때문에

수도권의 한 유명 백화점에 갔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시선들은 바빴다.

위아래를 훑는 눈빛,

말없이 서열을 나누는 표정들.


그 공간에 오래 머무르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이 흐트러졌다.

공황에 가까운 상태였다.


몇 시간을 그렇게 버텼다.

예전 같았으면

‘별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라며

나를 또 몰아붙였을 텐데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상담실로 가져갔다.


“저는 매번

밝은 마음으로 향하지 못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어두운 마음으로

향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 방향을 보되

다시 밝은 쪽으로

고쳐 잡는 연습을

계속한 거라고.


밝은 마음으로

항상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 방향을 수정하는 사람이

수행자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나만 자꾸 흔들리는 게 아니구나.


나는 그동안

어두운 마음으로 향하는 순간마다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수행이 부족하고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고.


그런데

어두운 마음을 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자리에 머물며

나를 비난하는 일이었다.


요즘의 나는

어두운 마음이 올라오면

이렇게 말해본다.


아,

지금 방향이 조금 틀어졌구나.


그리고

다시 고쳐 잡는다.

아주 작게.


완전히 바뀌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

조금만 덜 괴로우면 된다.


밝은 마음으로

매번 향하지 못해도

다시 그쪽을 바라보는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게

지금의 나에게는

충분한 수행이다.


요즘 나는

그 연습을 하고 있다.

잘하려는 마음보다

다시 돌아오려는 마음으로.


어쩌면

이 연재도

그 연습의 한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끝내지 않고

계속 쓰는 것.


밝은 마음으로

항상 서 있지 않아도

다시 그쪽을 향하려는 기록.


요즘 나는

그 정도면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