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상상해보았다
햇볕이 쏟아지는 창문가에서
뒷 목덜미를 빤히 내밀고
낮잠자는 나를 기다리는 모양으로
책을 넘기는 모습이
보였다
아련히 솜털보다 먼저 눈에 띈
뒤숭숭한 주름에,
무슨 책을 읽고있는지 알 것 같았다
목을 짚은 손매가 울고있었다
주글주글 울다가
읽던 책 침발라 한 장을 넘기더니
햇볕이 목을 덮고 정수리에 앉았다
엄마라는 오명과 축복이 뒤섞인
순간에 여자가 선택한 것은
침묵이었다
그 침묵은 이후 늘 한결같이
사랑이 되어 모든 공기를 덮었다
그렇게
흩날리지 않고 익숙해진
떠돌아 다니지 않고 기다리는
매달리지 않고 뿌리를 내리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