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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미티 Aug 22. 2022

달릴 땐 나에게만 집중해

나의 명상 같은 운동



해외여행 중 달리기는 나에게 또 다른 편안함을 준다. 


새로운 풍경을 마음껏 보고, 새로운 공기를 마음껏 마신다. 거리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달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Hi’라고 인사해 주었다.


산본에서의 아침 달리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었다. 아침 6-7시 사이 넓게 이어진 수리동 산책길에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늘을 막아주듯 펼쳐진 초록색 나무들과 길게 연결되어 있는 산책 길뿐이었다. (가끔 마주치는 러너들과 산책 시간인 강아지들을 마주하긴 하지만)


그런데 청계천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오니 상황이 다르다. 부지런한 분들이 아침부터 청계천을 가득 채워주신다. 자전거 도로엔 자전거가 꽉 차 타이트한 라이딩 복장으로 아침 라이딩을 즐기시는 분들과 자전거로 출근하시는 분들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달리다 보면 산책 중인 분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중에서 아저씨들은 꼭 한 번 위에서 아래를 훑어보신다. 내가 러너 같은지, 아니면 동네에서 사는 친구가 뭐라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아침에 나온 건지 평가하는 듯한 눈빛. 나는 이 눈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나도 눈을 똑바로 마주치면 몰래 보다가 걸린 사람처럼 눈을 휙 돌리기 때문이지! 한국에서는 마라톤 대회 아니면 사람 많은 곳에서 달리는 게 꺼려졌다. 그래도 달리기는 해야 하는데.



어느 날은 ‘내 달리기인데 뭐!’라며 당차게 나갔다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러너들이 많이 보였고, 그 러너들의 리듬에 맞춰 나도 열심히 달리게 되었다. 호흡이 끝까지 차고, 다리기 무뎌질수록 나는 나에게 집중하려고 애썼다. 리듬이 끊기지 않도록, 목표한 곳까지 달릴 수 있도록. 그러다 보니 청계천 길 사람들의 시선이나 존재 자체가 나에게 느껴지지 않았다. 누가 날 쳐다보든, 누가 같이 걷고 뛰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몰입하고 나니 내가 신경 쓰던 누군가의 시선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보다 내가 더 신경 쓰이는 눈빛으로 그들의 시선을 확인하며 달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걸 깨닫는 순간부터 나의 달리기는 달라지겠다고 느꼈다. 거리에 사람이 많고, 누가 날 쳐다보고 가 문제가 아닌 오늘 나의 달리기에 내가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오늘도 이렇게 달리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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