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상 같은 운동
대부분의 내 러닝은 버겁다.
항상 좋다가 며칠 버거우면 좋을 텐데 10년 동안 달리기를 했지만 항상 버겁다.
청계천 달리기는 낯선 여행지에서 달리는 느낌을 준다. 사람들도 새롭고, 아침과 저녁의 풍경이 다르다. 본가가 있는 산본에서의 달리기는 나의 눈과 발, 귀까지 익숙해서인지 어색함이 없다. 달리기 자체에 집중이 잘 되고, 더 오랜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어느 날 달리기 도중 문득 궁금했다. 난 왜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의 달리기에 집중을 하지 못할까. 그 이유는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청계천 달리기에서 나는 두리번거렸다. 이건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였다. 새로운 길이기에 고개를 열심히 좌우 돌리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보니 이놈의 풍경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지 않는 거다. 뛰려고 힘은 쓰는데, 이상한 곳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몇 km 못 가서 내 다리는 걷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저녁 러닝에 나는 내가 디딜 길만을 보며 달렸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시선을 재빠르게 다음 스텝을 둘 곳을 찾았다. 그랬더니 훨씬 뛰기 쉬웠다. 풍경이고 뭐고 놓치는 건 아쉽지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호흡이 들리고, 달리기 속 리듬을 발견했다. 이렇게 나의 달리기를 한 차례 또 발견한다.
그럼에도 가끔은 새롭고 멋진 풍경을 달리고 싶다. 그런 여행들이 떠오른다. 더 멀리, 더 많이 달리진 못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호흡을 하고 있다는 그 기분을. 얼른 다시 가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