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랑을 잃어도 좋겠네
그대에게 건넨 마음 갈기갈기 찢어져
비루한 넝마가 되어도 기쁘겠네
하루하루가 마지막이어서
천년의 새벽마다 목이 메어도 즐겁겠네
낯선 도시에서 쓸쓸한 거리에서
그대가 떠올리는 한 사람이
내가 아니어도 견딜 수 있겠네
나를 사랑한 적 없다 차갑게 고백해도
그것으로 족하겠네. 후회는 없네
황경신, (PAPER Vol.156. 대한교과서 2008.11.p.20)
잠들기 직전에, 불현듯 음성과 함께 이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이 사랑을 잃어도 좋겠네.'
떠오른 음성은 나의 음성이 확실했는데, 이상하게도 공부하면서 읽었던 것도 아니고...
전문이 궁금해 찾아보니 대학 시절에 한창 보았던 PAPER에 있던 시다.
이상하기도 하다.
이 시를 읊조린 적이 있었던가, 갑자기 떠오를 만큼 많이 읽었던가?
그러고 보면 읽었던 문장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조금은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