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기록 14일째
이 글은 지난 부처님 오신 날에 적어 두었던 글을 약간 수정하고 보충하여 발행한 것입니다.
오늘 명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51분을 맞춰 놓고 앉았다가, 17분을 남기고 명상을 풀었다. 51분을 맞춘 이유는 어제 명상의 아쉬움을 기억해서이다. 어제 31분 타이머가 울렸을 때 호흡에 대한 집중도가 매우 높았고, 명상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알람 소리 때문에 명상을 풀어야 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51분을 맞춰 놓고 시작했다.
숨 보기가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집중도가 떨어지고 망상이 시작되었다. 오늘의 망상은 2가지 방향에서 왔다. 하나는 내일 출근해서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뭐였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망상이란 원래 다 그런 모양이다. 망상하는 순간에는 가장 중요한 것 같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별 의미가 없는 생각. 그런 생각을 붙잡느라고 혹은 그런 생각에 휘둘리느라 얼마나 많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가?
24시간 중에 겨우 31분을 앉아 있는데, 그마저도 숨을 제대로 보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사는 시간이 하루에 10분 정도이다. 그러니 어찌 이 고통의 세상에서 고통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생활하는 중에도 기회가 되면 숨 보기를 해야겠다.
나는 불교 신도는 아니지만,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특별히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을 좀 찾아보았다. 붓다 선원 진경 스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부처님은 뭇 생명들에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여 주셨는데, 핵심적으로 세 가지를 말씀해 주셨다고 한다.
1. 계를 지켜 해치지 말고 (계를 지켜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2. 음식의 적당한 양을 알아 (배고픔은 사라지고 배부름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먹고)
3. 한적히 선정을 닦아라. (조용한 곳에서 명상하라)
너무나 간단하고 명쾌한 가르침이다. 좀 더 쉬운 말로 하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바르게 살고, 적당히 먹고, 조용히 명상하라.”
우선, 바르게 산다는 것은 오계를 지키며 산다는 의미이다. 오계는 다음과 같다.
1.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불살생)
2. 주지 않은 것을 가지지 말라.(불투도)
3. 그릇된 음행을 하지 말라.(불사음)
4. 거짓말을 하지 말라.(불망어)
5. 정신을 흐리게 하는 술이나 약물을 취하지 말라.(불음주)
오계는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인 동시에, 명상의 필수조건인 것 같다. 이것을 잘 지키면 명상이 잘 되고 진전이 있다. 이것을 잘 지키지 못한 날이면 명상이 잘 안 되며, 진전이 없거나 더디다. 세상에서 살면 5가지 모두가 지키기 어려운데, 나에게 특히 더 힘든 것은 5번째 불음주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한 제한이 풀려 술자리가 부쩍 많아졌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정다운 얼굴들을 보면 술이 절로 당긴다. 즐거운 술자리의 유혹을 물리칠 의지력이 지금 나에겐 없다.
다음으로, 적당하게 먹는다는 것은 지혜롭게 숙고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한다. 맛을 즐기거나 배를 불리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기 위해, 배고픔은 사라지고 배부름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라고 당부하신다. 배부름은 또 다른 고통이고 명상의 방해 요인이다. 그런데 이렇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이미 반쯤 해탈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아직) 이렇게 하지 못한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 다른 말로 간헐적 폭식을 하고 있다. 하루 세 번 먹는 대신에 두 번만 먹는다. 대신 양은 마음껏 먹는다.
마지막으로, 조용히 명상한다는 것의 의미를 나의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내가 하는 명상은 아나빠나사띠(들숨날숨에 대한 마음 챙김)로서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서 한다.
… 여기 비구는 숲 속에 가거나 나무 아래에 가거나 외진 처소에 가서 가부좌를 틀고 몸을 곧추세우고 전면(인중: 콧구멍과 윗입술 사이)에 마음 챙김을 확립하여 앉는다. 그는 마음 챙겨 숨을 들이쉬고 마음 챙겨 숨을 내쉰다.
(1) 길게 들이쉬면서 ‘길게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길게 내쉬면서 ‘길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있는 그대로 아는 것)
(2) 짧게 들이쉬면서 ’ 짧게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짧게 내쉬면서 ’ 짧게 내쉰다’고 꿰뚫어 안다.(있는 그대로 아는 것)
(3) ‘온몸을 경험하면서 들이쉬리라’며 공부 짓고 ‘온몸을 경험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 짓는다.(숨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단계. 굉장히 중요한 단계)
(4) ‘신행을 편안히 하면서 들이쉬리라’며 공부 짓고 ‘신행을 편안히 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 짓는다.(숨이 미세해지는 단계. 니밋따와 선정을 포함)
맛지마 니까야를 읽다가 아나빠나사띠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명상의 준비와 실행 과정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려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가르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가르침에 따라 직접 명상을 해보니 여러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 정신과 전문의 전현수 박사의 동영상 강의였다. 혹시나 나와 같은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링크를 공유한다.
맛지마 니까야(Majjhima Nikāya, M, MN) 또는 중부(中部)는 팔리 경장(Sutta Piṭaka) 5부 중 두번째 묶음으로, 중간 길이의 경을 모은 것이다. (위키백과)
https://youtu.be/lU26 uHpk4 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