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배우 배두나 씨의 뉴스룸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됐다. 그간 쌓아온 필모그래피에 관한 대화가 한창 오가던 중, 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소중히 여긴다. 제작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단 한 씬이라도 있다면, 작품 전체를 포기하는 스타일”이라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작품을 깐깐하게 골라 찍는 콧대 높은 배우구나’라고 생각하던 차,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한 인터뷰어가 그에게 되물었다. 그 부분만 좀 수정해서 찍자고 하면 안 되나요?
“저는 절대.. 그건 못해요. 그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충분히 많을 텐데, 제가 그걸 욕심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도도하게 구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원칙을 지키고, 내 몫이 아니라고 판단한 건 과감하게 놓을 줄 아는 성숙한 직업인의 모습이었다. 그의 답변을 곱씹으며 나의 사회초년생 시절을 떠올려봤다. 나는 그와는 완전히 달랐다. 눈에 띄고 좋아 보이는 일이 생기면, 내가 하겠다고 냅다 손부터 드는 사람이었으니까.
팀 전체의 방향과 맥락 속에서 내 역할을 바라보게 되면서, 더 이상 ‘내가 얼마나 돋보이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졌다. 나라는 개인의 성취와 만족보다 내가 팀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인지, 그 판단이 우선이 됐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되, 다른 누군가가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기꺼이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일은 더 이상 나 자신을 시험하는 과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유능한 조직 역시, 구성원들이 각자의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서로의 자리를 조율해줄 수 있는 곳이라고 믿는다.
editor 빈
언론사 기자와 사보 에디터로 6년간 일하며 살아있는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왔습니다. 서울을 탈출하고픈 30대 여성의 싱글라이프를 기록하며 일상 속 스쳐가는 생각과 감정들을 붙잡아두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