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모스크바에서 극우의 성지로

1편: 내 가장 친한 친구의 극우화

by 심쿵이애비

가장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는 단톡방. 그 단톡방의 멤버는 나를 포함해서 모두 대구에서 나고 자랐고, 나를 제외하면 모두 대구(+구미)에서 살고 있다. 30년 넘게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라, 대략적인 정치적 성향(지역이 지역인지라 대부분 보수이거나 중도보수)은 알고 있었지만, (나를 제외하면) 정치에 큰 관심을 두는 친구들은 아니라 강경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단톡방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 계엄 이후, 이슈가 이슈인지라 그 단톡방에도 정치적인 이야기가 많이 오갔고 특히 한 친구의 성향이 '반이재명', '반민주당'. '반중'. '반북' 인 점은 확실해졌다. 내고향 대구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30년 가까이 살았던 대구, 그리고 조금은 멀리 떨어져 대구를 지켜본 10년간 수도권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중도'라고 부를 수 있는 대구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범위를 많이 허물어도 '중도보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가끔 있는 정도.


그런데 나를 긁는 발언과 링크를 서슴치 않고 올리면서 문제가 되었다. 조작된 자료를 가지고 와서 부정선거를 이야기하고,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사실은 소년범 출신이라는 이야기, (지금은 여당인) 야당이 중국에 나라를 바칠 거라는 이야기 등등. 내가 온, 오프라인에서 가장 구역질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맹신하고 있었다.


'내 친구들 대부분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기는 했지만, 저 친구는 극우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결정적인 한 방을 맞아 버렸다.


"난 투표권도 내는 세금에 비례해서 더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가!"


그때부터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올리는 링크마다 조작되거나 거짓뉴스인 것이 참 마음에 걸렸는데, 그걸 떠나서 정치적인 교양이나 상식이 부족한 거였다. 조작되거나 거짓된 정보에 속을 수는 있지만, 극단적인 일부를 제외하면 공동체가 모두 인정하는 그 교양이나 상식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면 두 가지 중 하나다. '극단적'이거나 '무식'하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극단적이기도 하고 무식한 사람의 대부분은 '무식'이 원인이고 '극단'이 결과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는 투표권을 더 주는 세상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정확히 위배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는 무식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과연 이 친구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았다. 최근에 같은 단톡방에 다른 친구도 이상한 링크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를 구토나게 만드는 그런 게시물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나를 제외하면 7명이 보수, 그 7명 중 2명은 극우라고 말할 수 있는 자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8명 중 2명. 무려 25%. 대구에 기거하는 7명 중 7명은 보수. 무려 100%.


내 친구의 자유민주주의와 세금에 비례하는 투표권에 대한 이야기를 계기로, 30년을 살았고 10년을 지켜본 내고향 대구에 대한 산발적 지식과 기억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대구는 왜 이런 모습일까, 그리고 거기에 살고 있는 내 친구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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