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영현 Feb 19. 2022

행복

우리 모두 행복하게

어느날 친한 선배가 내게 뜬금없이 행복하냐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드는 생각은 "그래, 난 행복하다"였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단 한번도 행복하다는 것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기준을 모른 채 살아왔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것? 원만하고 자랑할 만 한 인간관계를 가진 것? 금전적으로 부유하고 풍요로운 것?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것? 남들 다 어렵다는 취업시즌에 단번에 원하는 직장을 갖게 된 것?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이 있는 것?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행복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본 적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행복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깊어지고 무거워지는 대화 분위기 때문에 한두 번 얼굴 본 사람들과 쉽게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엄청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긴 것 같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혼자 머릿속으로 저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다가 수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치만 남들에게 난 매우매우 행복하다고 소리내어 과시하듯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들과 나의 행복을 나누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싶어 미적지근하게 예, 뭐, 행복해요. 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상대방은 내 대답을 듣고 간신히 대답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고민을 많이 했나보다" 라는 상대방의 말에 그저 웃어넘겼지만, 행복합니까?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단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이 현대사회에 몇이나 될까 하는 다소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질문에 조금 망설인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니겠다. 그저 행복을 맹신할 수는 없는 지점 그 어딘가에 서 있는 것일 뿐.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그런가? 하고 고개를 두어 번 내젓고 나서야 행복한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럼 불행하냐고 물어보는 질문엔 단칼에 그건 아니야 라고 내칠수 있는 , 딱 그 정도.


사실 개개인의 행복의 정도와 기준은 너무 달라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행복의 기준에는 차이가 있고, 나 자신 스스로의 기준도 쉴 새 없이 바뀐다. 그래서 어제의 나는 조금 불행했지만 오늘의 나는 더없이 행복하고. 내일의 나는 또 다시 구름이 끼겠지만 모레, 글피의 나는 햇살처럼 마냥 행복할지도. 행복은 참 멀고도 가까운 존재같다. 이만큼이면 됐다 싶다가도 여전히 행복은 멀리 있는것만 같고 그렇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행복도, 지나친 불행도 어느 한 쪽이 극적으로 맞고 틀린 건 없다. 뭐든지 적당한 정도면 좋을 것 같다. 오늘 하루가 불행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거기에서 난 또 행복을 느낀다. 내일의 나도 행복하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