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행복하게
어느날 친한 선배가 내게 뜬금없이 행복하냐고 물었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드는 생각은 "그래, 난 행복하다"였다. 그러고 보니 한번도, 단 한번도 행복하다는 것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기준을 모른 채 살아왔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행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쌓여 살아가는 것? 원만하고 자랑할 만 한 인간관계를 가진 것? 금전적으로 부유하고 풍요로운 것?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것? 남들 다 어렵다는 취업시즌에 단번에 원하는 직장을 갖게 된 것?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이 있는 것?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행복이란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해본 적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다. 행복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깊어지고 무거워지는 대화 분위기 때문에 한두 번 얼굴 본 사람들과 쉽게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고, 엄청 추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긴 것 같다.
행복하냐는 물음에 혼자 머릿속으로 저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다가 수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치만 남들에게 난 매우매우 행복하다고 소리내어 과시하듯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들과 나의 행복을 나누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싶어 미적지근하게 예, 뭐, 행복해요. 라고 대답했다. 어쩌면 상대방은 내 대답을 듣고 간신히 대답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고민을 많이 했나보다" 라는 상대방의 말에 그저 웃어넘겼지만, 행복합니까? 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단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이 현대사회에 몇이나 될까 하는 다소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질문에 조금 망설인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건 아니겠다. 그저 행복을 맹신할 수는 없는 지점 그 어딘가에 서 있는 것일 뿐.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그런가? 하고 고개를 두어 번 내젓고 나서야 행복한 것 같아-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럼 불행하냐고 물어보는 질문엔 단칼에 그건 아니야 라고 내칠수 있는 , 딱 그 정도.
사실 개개인의 행복의 정도와 기준은 너무 달라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행복의 기준에는 차이가 있고, 나 자신 스스로의 기준도 쉴 새 없이 바뀐다. 그래서 어제의 나는 조금 불행했지만 오늘의 나는 더없이 행복하고. 내일의 나는 또 다시 구름이 끼겠지만 모레, 글피의 나는 햇살처럼 마냥 행복할지도. 행복은 참 멀고도 가까운 존재같다. 이만큼이면 됐다 싶다가도 여전히 행복은 멀리 있는것만 같고 그렇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행복도, 지나친 불행도 어느 한 쪽이 극적으로 맞고 틀린 건 없다. 뭐든지 적당한 정도면 좋을 것 같다. 오늘 하루가 불행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거기에서 난 또 행복을 느낀다. 내일의 나도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