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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정 Sep 27. 2022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일

분당서울대학교 소화기내과 이종찬 교수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교수님께서 맡아주셨던 김영태 환자의 딸입니다. 진작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많이 늦었어요. 한참 경황이 없다가, 늦었지만 교수님께는 꼭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메일을 씁니다. 


그동안 저희 아빠 진료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진료하던 환자의 소식을 전하는 게 교수님께 혹여 힘들지 않을까 한참 고민했어요. 그래도 환자의 마지막 소식을 전해 드리는 게 그동안 저희 아빠를 돌봐주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월 10일 마지막 입원 당시 아빠의 몸 상태를 통해 짐작은 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교수님의 배려로 아빠는 2월 16일 오후에 퇴원하셔서 집으로 돌아왔고요. 가족이 모두 함께한 가운데 2월 18일 오후 눈을 감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3일 이상 집에 있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틀을 다 못 채우셨어요. 그 주에 교수님께서 아빠가 병원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얘길 하셨던 터라 그래도 아빠가 집으로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저희 가족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코로나 시대에는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것도 힘든 일이니까요. 


아빠는 집에 오니 참 좋다 하셨습니다. 몸이 많이 안 좋으신 상황이었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는 2시간 동안 그리 힘들어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집에 오니 시간도 잘 간다고 하셨대요. 그날 작은 아버지와 고모께서는 아빠에게 집으로 와줘서 고맙다 하셨습니다. 


아빠는 그렇게 이틀 가까이 집에 계셨고 자식들과 형제들 모두 있는 가운데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아빠의 손을 잡고 보내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월 16일 교수님께서 면담을 받아주시고 저희 얘기 들어주시고 퇴원 결정을 해주셔서 아빠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저희 가족에게 아빠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신 겁니다. 


그날 면담도 교수님의 진료 일정에 무리였음을 알고 있습니다. 퇴원시켜주셔서 감사하다는 이런 무기력한 인사가 어디 있나 싶지만, 그날 퇴원이 아니었다면 정말 저희는 아빠도 못 보고 보내드렸을 거예요. 평생 한으로 남았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저희 가족에게 정말 큰 선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환자를 맡으시겠지요. 췌장암은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뿐인데 교수님의 진료로 누군가의 가족일 그 환자들이 더 오래 살 수 있기를, 나아가 완치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교수님의 진료와 연구활동을 멀리서 나마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故 김영태 환자 가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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