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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작나무숲 Apr 11. 2018

중앙아시아 3개국 여행

<에필로그, 더 나은 여행을 준비하며> 

 

우리에게 중앙아시아란 




     

키르키스스탄의 산상호수 '사르첼릭' 가는 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국가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 나라들. 옛 소연방 15개국에 속해있다가 90년대 초반에 독립국가가 된 중앙아시아의 종주국 같은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우리는 이 나라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이들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란 고작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고려인이 많이 살고 있다거나 수많은 김태희가 밭에서 김을 매고 있다거나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이들 국가 사람들이라거나 민족분쟁으로 늘 어디선가 험악한 테러가 일어난다거나, 이슬람 극렬분자들이 설쳐댄다거나 하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여행 중에 만난 이들 나라는 2천 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오아시스 문명의 주인공들이었다. 사람들은 비록 투박하고 가난했으나 선했으며, 물질보다는 가치와 명예를 중시하며 자신의 삶에 당당했다. 또한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겸손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가치 없는 정보의 세례를 받아왔는지 깨달았다. 또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착각'속에 빠져 있었다는 자각에 이르니 부끄러웠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국들은 마치 한 세트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들 국가들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키르기즈스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곱히는 치치칸 계곡. 여름이면 수많은 유르트와 양떼들을 볼 수 있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대이며, 그중 40% 이상이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준령인 산악국가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의 스위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키르기즈스탄 샤르첼릭 호수

    

    

키르기스스탄의 아름다운 자연은 신이 인간이 보지 못하게 꽁꽁 숨겨놓은 보물상자 같았다. 최근 인간 세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보물찾기'에 나선 인간들에 의해 보물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보물상자는 너무나 놀랍고, 그에 대한 탐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해발 2-3천 미터 높이의 산속에 수줍게 숨어 있는 수많은 산상 호수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밝혀주는 듯한 셀 수 없을 만큼의 밤하늘의 별들, 끝없이 펼쳐지는 바위 투성이 민둥산들, 세상 끝까지 뻗어 있을 것 같은 길, 멀리 보이는 설산,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유르트들과 양 떼들...


    그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겸손한 사람들의 나라가 바로 키르기스스탄이었다. 



키르기즈스탄, 이름모를 산상호수

    

    

    키르기스스탄은 내가 무엇을 상상하였든 간에 항상 상상 이상의 아름다움과 놀라움의 세계를 펼쳐놓았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바다 호수 이쉭쿨과 하늘과 가장 가깝다는 송쿨 호수, 탈라스 전투가 있었던 탈라스 등 꼭 가보아야 할 곳들을 가보지 못했으니 키르기스스탄 

여행은 앙꼬없는 찐빵 같은 여행이라고 해도 좋게 되어 버렸다.




   

                
     실크로드의 찬란한 역사를 간진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역시충분하지 않았다.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중앙아시아의 찬란한 오아시스 문명을 꽃피었던 고대도시들인 사마르칸트, 부하라, 히바 등을 겉핥기식으로 보았을 뿐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는 페르가나 계곡의 도시들은 들르지조차 못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에서. 어느 도시를 가도 하늘보다 푸른 돔을 볼 수 있다.





  광활한 평원의 나라 카자흐스탄에서는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천산 자락의‘발쇼이 오제르’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고 메데우에서는 고산증세까지 경험했으니 아주 맹탕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여기서는 친구가 제공해 준 차와 기사 덕에  작은 호사도 누릴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 국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예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다만 카자흐스탄의 대평원에서 유목민의 기상을 한껏 느껴보고 싶었던 바램을 이루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쉽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근교의 '메데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며 얼마나 충실하게 여행을 했는지 자문해본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서 제대로 보고 온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에 조금 의기소침해진다.   

    

    이들 나라는 이동시간만 최소 5시간에서 10시간이 넘는 것이 흔한 나라들이다. 그 광대한 지역을  2주 동안‘충실한 여행’을 하겠다고 꿈꾼 것 자체가 무리였다. 제한된 시간에 될수록 많은 나라를 보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었다. 

    

    동서 문명의 이동로였으며 ‘문명의 위대한 융합'이 일어났던 중앙아시아의 그 위대한 길에 잠시나마 서 있었다는 것에 큰 위안을 삼고자 한다. 


    그럼에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광대한 자연과 문화, 대 실크로드의 나머지 길에 대한 갈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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