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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리 Apr 23. 2024

퇴사 선언 후에 느껴지는 것들

곧 부부, 같이 일해요 (19)

안녕하세요.


회사에 퇴사를 선언하고 나니 처음 들었던 생각은 '별 거 아니네'였습니다. 서비(남자친구)를 만나게 해 준 내 첫 직장. 떠나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제 이 조직에 몸 담근 나는 130일 후에 자유의 몸이 됩니다.


퇴사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 퇴사를 하자!로 일단락 되었지만 곧바로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언제" 이직을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물론 올해 8월 퇴사 이후 연말 연초까지는 물론 휴식기를 가지겠지만 내년 언젠가 다시 또 다른 조직에 발을 슬쩍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크게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 한 채 고작 가지고 있는 게 다고, 그렇다고 사업을 감당할 몸도 안되고, 가장 쉬운 방법은 회사를 들어가는 것이니, 경력직으로 인정받으며 두 번째 회사도 강사로 들어가야 하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죠.


잘만 찾아보면 제 경력을 어느 정도는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생기리라 마음 한 구석에 근거 없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는데, 불안한 마음은 거기서 비롯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제가 강사 생활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업무가 주는 성취감, 보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아서 일이라는 것이 제가 고통을 얻는 순간과 맞먹는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하면서 그나마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너무 불만족스러운 삶이었어요. 이 생활을 언젠가 다시 스타트를 끊고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게 저에게는 큰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해결책은 다양하겠지만 오늘 아침 산책 중 몽상을 하면서 내린 대답은 '뭐든 하자'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뭐든 하지 않으면 결국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시기가 빨리 닥쳐 오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퇴사 130일 남은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책상 앞에 앉아서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았더니 생각보다 많은 리스트들이 뽑혀 나오더라고요. 하나씩 차근차근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결국 재밌고 돈벌이가 되는 것들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려고 해요.


아침마다 맨발 걷기를 하는데, 40-50분 정도 하면 평소의 걸음걸이로는 5바퀴 정도 돌아야 합니다. 오늘은 생각에 빠져서 평소보다 천천히 발을 꾹꾹 밟으며 걸어보았는데 4바퀴를 돌더군요. 다른 사람보다 뒤처질까 봐 걱정되고 불안해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겨우 한 바퀴 차이라는 것을 느끼고는 꽤나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남들의 속도에 맞춰갈 것도 없지만 나만의 속도로 바닥에 꾹꾹 발자국을 내고 가는 것이 지금의 저에게는 필요한 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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