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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 Jun 12. 2017

내리사랑 치사랑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외손녀가 감기에 걸렸다.

며칠째 열이 38도를 오르내리며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니던 동네 소아과 의사가 큰 병원으로 가서 혈액검사를 해보라고 말해 그제사 단순한 감기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병원 응급실에 가서도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자 폐렴이 의심된다며 일단 입원해야  한단다.

아기가 입원을 하니  제 엄마 아빠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시설이 비교적 잘되어있는 대학병원이라지만 병원에서의 생활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육아 담당이었던 나는 물론이고 딸과  사위도  번갈아 가며  회사에 월차를 내는 등 병원에서 온 가족이 살게 되었다. 집안 행사는 모두 보류되고 오로지 손녀의 병원 생활로 초점이 맞춰졌다.

다른 병원 중환자실에 몇 개월째 누워계신 친정엄마도 당연히 뒤로 밀려났다. 손녀가 아프다니까 엄마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여러 검사 끝에 손녀는 듣기에도 생소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폐렴은 일반 항생제로는 듣지 않아 특수한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고  한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검색해 보니   3,4년을 주기로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주로 영유아기의 아기들이 잘 걸린다고  한다. 하필 그 주기에 우리 손녀가 딱 걸린 셈이다.

열에 들떠 고생하는 손녀와 딸 사위를 보니 별별 생각이 다 들며 자책감이 밀려왔다.

너무 어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냈나  후회도 되었다.

손녀가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자유시간에 가진  달콤한 휴식의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그리고 3개월 남짓 가져왔던 오전 시간의 자유도 손녀의 어린이집과 함께 조기 졸업하게 되었다.

 


중환자실에 계신 엄마에게 면회 갈 수 있는 시간도 더 줄어들었다. 손녀를 보는 평일에는 엄두도 못 내고 주말에나 찾아가 만났는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의 손발을 마사지해 드리다가 문득 엄마의 병명도 폐렴인 것이 생각났다.

손녀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엄마를 찾아가 손발을 마사지해드리고 얼굴을 만지는 등 엄마와 함께 보내다가 집으로 오면 바로 손녀를 찾으러 어린이집에 갔었다.

혹시나 엄마의 폐렴이 나를 통해 손녀에게 전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를 의사에게 물어보지 않았지만 남편의 눈길이 어쩐지 야속하다는 표정으로 보이니 순전히 예민해진 내 생각일지 모른다.


그 후 엄마에게 가는 발길이 줄었다. 엄마의 유일한 낙이 내가 찾아와 손발 마사지해 드리는 것인데 그걸 자주 못 해 드리니 엄마의 낙도 사라진 셈이다.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요즘 내가 딱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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