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Jul 04. 2018

부음(訃音)의 기술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오랜 병상생활 끝에 가셨으니 나름 준비 기간이 충분한 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서툴고 황망했다. 다른 형제들은 잘 모르겠지만 엄마를 모시고 있었던 나는 괜히 죄를 지은 것 같고, 내가 잘못해서 엄마를 돌아가시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다른 사람들 얼굴 보는 것부터가 힘들었다.
일단 부고부터 돌려야 하는데 지인들에게 그 말을 전하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 우리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하려니 너무 가벼운 것 같고,
- 저의 친정 모친께서 소천하셨습니다. 하려니 너무 형식적인 것 같고,
하여간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이럴 때 옆에서 사람들이 도와주는 건가 보다. 누구누구 모친께서 오늘 소천하셨습니다. 같이 말이다.
            


게다가 그 몇 달이 지나서 막내 남동생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때는 사람들에게 부음을 알리기가 정말 민망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동생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을 뿐인데 나는 커다란 돌덩어리를 안고 사는 것 같았다. 친구들이 지나가는 말로 친정식구들은 잘 지내냐고 묻는데 느닷없이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기에는 타이밍을 놓쳐 또 말을 못했다.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고 그냥 물었을 뿐인 데다가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가수 김광석의 아내가 딸의 죽음을 친척에게조차 알리지 않아 많은 사람으로부터 의심과 지탄을 받던 생각이 났다. 물론 완전히 다른 경우지만 김광석 부인이 딸의 죽음을 알리지 못하고 또 타이밍을 놓쳐 거짓말까지 하게 된 과정이, 다른 건 몰라도 그 부분만큼은 이해가 되었다. 그게 그렇게 남에게 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결국 작년에 영화배우 김주혁의 갑작스러운 사고사로 안타까운 마음을 서로 나누던 친구들과의 카톡 방에서 동생의 사망 소식을 커밍아웃? 해버렸다.  모두의 놀란 마음이 김주혁이라는 배우의 죽음과 섞여 조금은 완화되었으리라.  


그러나 아직 엄마의 부음은 끝나지 않았다.
지방에 사시는 이모님은 아직도 엄마의 소식을 알지 못한다. 물론 사촌들이 장례식에 다녀갔지만 연로하신 이모님이 놀라실까 봐 함구해 달라는 부탁을 내게 했다.  가끔 전화를 드렸던 내가 통 소식이 없자 이상하신지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사촌에게 물어보니 이미 정신이 없으신 이모님이 어쩌다 잘못 눌러졌을 거라지만 나는 거짓말하다 들킨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한 번쯤 이모님께 전화해서 엄마는 잘 지내시니 염려하지 마시라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