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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기가영 Dec 10. 2020

강릉 시내 한복판에 살면 알게 되는 것들

바다를 보지 않아도 시야가 푸르다

1. 날이 추워도 기분이 상쾌할 수 있다

나는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데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만 되면 따뜻한 나라로 도망가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사실 추워서만은 아니고, 도심의 겨울은 축축하고 왠지 모르게 우울하기 때문이다.

겨울이지만 기분이 좋을 수 있구나를 처음 느낀 건 독일에서였다. 교환학생 생활 내내 한 소도시의 나지막한 산비탈에 살았는데, 밤이면 집 앞에서 쏟아질 듯한 별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전 숙소에서 약 2주 동안 바닷가에 살 때에는 도심에서 먼 곳이므로 맑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매일 30분 넘게 출퇴근하는 품을 들이니까, 잃는 게 있는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시내로 숙소를 옮긴 지금도 매일 문을 나서면 쾌청한 하늘과 맑은 공기가 기다리고 있다. 공기만 좋아졌는데도 야외 활동이 훨씬 쾌적하게 느껴져서, 30분 정도 거리는 걸어 다닌다. 매일 저녁 요가를 할 때마다 하루가 다르게 예전에는 되지 않던 자세가 되는 걸 느낀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많이 걸었을 뿐인데!  



2. 없는 게 없다

중앙동 거리에는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체인점(배스킨라빈스, 공차, 죠스떡볶이,... 중앙동은 아니지만 약간 외곽에는 심지어 까사미아도 있었다)이 즐비하고, 우연히 들어간 ABC 마트는 서울 강남점과 DP까지 똑같았다. + 서울에서 보기 힘든 가게들도 종종 발견한다. 여전히 모든 종류의 빵을 1000원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는 싸전, 수건 가게, 칼 갈아주는 가게 등등.. (서울에도 어딘가에 있는데 내가 못 본 걸까)


1) 목화맨션 or 목화맨숀..?!  2) 우리 장수해요~
나무옷을 입은 벽돌집



3. 문화예술과 감성이 있다

강릉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가 많다고 한다. 아마 서울 다음으로 많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시내 곳곳에 예쁜 카페나 작업실, 문화 공간이 숨어 있다.


오어즈 @oars.kr
모어댄마벨 @cafe_morethanmabel


도시 자체에도 그런 감성이 녹아 있다. 월화 거리, 명주동 골목을 걸으면 색색의 담벼락과 문, 가끔 보이는 한옥집들이 아름답다. 바다나 하늘 같은 자연물뿐 아니라 한적한 거리와 정감 가는 골목길에서도 강릉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4. 예쁜 카페와 상점은 화, 수에 오프!

주말에 장사가 잘 되어서인지, 예쁜 카페와 상점들은 대체로 화, 수에 쉬더 라. 프리랜서인 나는 보통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제일 몸이 근질거리는데, 덕분에 엉덩이 붙이고 작업을 하고 있다.



5. 버스가 안 온다.. 종잡을 수 없는 버스 시간표

'버스야, 왜 오질 않니.. 주문진 갈 때는 안 그랬잖아..'

특히 6시 이후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지도 앱도 소용없다. 이렇게 매일 강제로 만보를 걷게 되는데..  



6. 바다보다는 강이나 호수

이미 영진해변 근처 숙소에서 바다를 원 없이 봐서일까? 강릉 시내에서는 바다보다는 푸른 하늘, 강, 옛 건물, 거리가 눈에 더 들어온다. 조금만 버스를 타고 가면 호수도 있고 습지도 있다.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호수 주변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분위기와 대화에 취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 위크엔더스  2) 강릉대도호부관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금까지 경험하고 있는 강릉의 시내는 오래된 거리와 나무, 푸른 하늘과 강이 어우러져 참 운치 있다. 막상 그 속에서 살면 겨울에는 건물도 낡고 버스도 잘 안 와서 춥고 귀찮은 일이 많기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창밖으로 흔들리는 나뭇잎과 햇살을 보며 글을 쓸 때면 이곳에 더 있길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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