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고, '읽는' 여행잡지
<THE TRAVEL ALMANAC>
TRAVEL이라는 단어로 시작하지만 보통의 범주에 들어가는 일반적인 여행잡지는 아니다.
지금 당장 가야 할 핫한 여행지나 실용적인 여행 용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여행의 경험'과 '여행의 가치'를 나누는 것에 제일 큰 목적을 두고 있다.
'ALMANAC'은 '연감(年鑑)'이라는 뜻인데, 그래서인지 잡지이긴 하나 월간도 계간도 아닌
일 년에 딱 두 번만 발행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여행의 통계나 대단한 여행에 관한 기록을 하는 책은 아니다.
일 년에 고작 두 번 밖에 만들지 않는 책 치고는 헐렁하다.
(도대체 이름에 '연감'이라는 왜 단어를 붙였는지 모르겠다.)
다른 무엇보다 이 잡지가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인터뷰'라는 형식이었다.
여행잡지인데, 인터뷰로 이루어진 잡지.
화보나 멋진 여행 사진도 없고, 그저 인터뷰를 한 내용을 정직하게 담는 것뿐이다.
인터뷰이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음악, 예술, 연기 쪽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인데
이들에게 묻는 질문들이 심오하지 않아 좋았다.
가장 좋았던 질문 중 하나는
"What is your favorite hotel now?"
제일 비싸고 좋다는 호텔을 소개하는 기사보다는
수많은 도시를 옮겨 다녔던 한 모델에게 듣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호텔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들의 근황으로 시작하고, 최근에 했던 특별한 여행이 아닌 삶 전체 중 어느 한 여행의 경험,
또는 그들이 한때 혹은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묻는다.
휴가를 내어 여행을 위한 목적으로만 가는 '그런 여행'뿐 아니라
공간을 이동하는 삶 전체가 바로 여행이 될 수 있다는 넓은 시각이 좋다.
뒷부분에는 호텔이나 바 등을 소개하는 기사도 있지만
사진 한 장 없으니 읽지 않으면 어디고, 뭘 하는 곳이지 알 도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잡지를 '보는 게' 아니라 '읽을 수' 있었다.
힘을 빼고, 이야기만 담은 여행잡지.
좋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