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한 여성들을 소개합니다
<the gentlewoman>
제호가 모두 소문자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프레임 안에 인물의 포트레이트만 넣어 표지를 만드는 방법도 그렇고.
표지의 모델도 마찬가지.
제호의 폰트와 사진을 찍는 방식, 표지 모델을 선정하는 안목만 봐도
잡지의 취향과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때로는 딱하면 척인 것들이 있다.
런던에서 일 년에 두 번 발간하는 매거진이다.
봄 여름호 그리고 가을 겨울호.
"현대 여성들의 스타일과 의도"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고 소개하지만
흔히 떠올리는 보그나 코스모폴리탄류의 여성 패션지는 아니다.
다만, 보그나 코스모폴리탄에도 아주 가끔은 출연하는 남자가
이 책에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매우 여성주의적이랄까.
한 호에는 배우, 모델, 아티스트, 언론, 비즈니스 등 각 분야 활동하는
여러 여성들을 다룬다.
이들의 인터뷰가 책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되는데,
결국 이런 여성들의 삶의 태도와 방식이
지금을 사는 여성들의 '스타일'이자 '의도'라고 표현하는 느낌이다.
여자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이들이 '고른' 사람들이 좋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을 담아낸 사진도 담백하고,
단정하게 편집한 인터뷰도 마음에 든다.
괜찮은 사람들을 골라내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단한 기교 없이
이렇게 꾹꾹 눌러 담아낸 잡지를 오랜만에 본다.
심심할 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또 그다음에 심심해지면
또 다음 사람.
그러다 보면 두 계절은 갈 것 같다.
주기도 참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