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산통을 경고해줬어야 했어
"아니 이걸 얘기해준 사람이 왜 아무도 없었지?"
단호가 조리원에서 나와 친정집에 온 지 삼사일 정도 됐을 때였다. 새벽 1시쯤부터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울음을 그칠 생각이 없었다. 단호는 그렇게 내리 4시간을 울어 제꼈고, 5시쯤 되서야 지 풀에 꺾여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날 낮에 단호가 설사를 한 줄 알고, 급히 소아과에 갔었다. 세침하면서도 섬세한 성격의 소아과 선생님은 내가 찍어간 단호의 똥 사진을 힐끗 보자마자 "설사 아니에요. 정상이에요. 똥 색이 빨간색이나 검정색, 흰색이 아니면 괜찮아요."라고 명쾌하게 대답해주셨다. 오라, 빨강, 검정, 흰색 단순하니 좋네. 으레 많은 병원이 그렇듯 그렇게 나를 재빨리 내보낼 줄 알았던 의사는 아이의 똥 색조차 구분할 줄 모르고 병원으로 쪼르르 달려온 나를 보고 '첫앤가요'라며 몇 가지 중요한 충고들을 선물로 주셨다. 지금부터 아이는 많이 울거라고, 너무 힘들면 방에 내버려두고 5분 정도 있다가 다시 들어가라고. 그럼 아이도 엄마도 좀 진정이 될 거라고. 그리고 마치 예언처럼 "다음주쯤 영아산통이 올거에요."라고도.
다음주라는 예언은 빗나가 그날 밤 곧장 그것이 찾아왔지만, 아무튼 소아과 선생님의 '예고'를 살짝 들었던 터라 비상식적으로 우는 아이를 보고도 응급실 번호를 찾는 일은 하진 않았다. 처음엔 왜 그런가 했는데 1시간 가까이 얼굴이 터져라 우는 아이를 보다 남편은 "이게 영아산통인가봐"라고, 잊혀진 단서를 기억해낸 형사처럼 말했다.
우는 아이를 속이 타게 지켜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와 남편은 우는 아이 양쪽에 누워 핸드폰으로 '영아산통'이라는 단어만 계속해서 검색해 각종 글들을 읽어내려갔다. 주로 신생아때부터 100일 사이에일어나는 현상으로 산모의 고통 만큼 아이들이 아파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낮에는 괜찮다가 주로 밤이나 새벽에 울어대며 배앓이의 일종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는 내용이 담긴 다양한 정의와 우리처럼 처음 겪는 영아산통에 당황했다는 초보 엄마아빠들의 경험담을 적은 블로그를 읽으며 위안을 삼는 정도였다.
쉼 없이 울어대는, 의학이 발전해도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는 영아산통을 겪고 있는 아이를 쳐다보면서 남편이 했던 말이었다. "아니 이걸 얘기해준 사람이 왜 아무도 없었지?" 그러게나. 아이를 낳은 내 주변 친구들, 남편 지인들 모두 이런저런 육아 이야길 해줬지만, 이런 상황을 얘기해준 사람이 없었다. 아이야 뭐 늘상 우는 건데 좀 크게 좀 더 오래 우는 게 뭐 대수냐고 생각했길래 그런 건가. 실제로 그날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아니왜 이런 얘길 미리 귀뜸도 안해줬어'라는 식으로 영아산통에 대해 물어보니, 아이가 그렇게 길고 크고 오래 운 적이 몇 번 있긴 하지만 1시간이었던 사람도 그보다 짧거나 길었던 사람도, 무엇보다 비슷한 상황이긴 했지만 그걸 '영아산통'이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그랬던 거였다. "맞아, 애들은 그때 다 그렇게 울어. 오래도 울지. 자지러지게도 울고. 왜 우는지도 모르겠었어." 라고.
시간이 가면 그렇게 울었던 많고 많은 날 중 하나로 묻혀버리는 게 영아산통인가보다 싶기도 했지만, 처음 엄마아빠가 된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어찌됐든 아이의 울음이니까. 큰 산을 일찍 넘어서인가 다행히 그 뒤부터는 아이가 우는 소리에 전처럼 크게 당황하진 않게 되었다. 4시간도 울었는데, 이 정도는 괜찮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는 많이 운다. 매일 울고, 크게 울고, 왜 우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