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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bysparks Jul 04. 2018

질문을 한다는 것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엄마는 변한다 

나는 질문이 많지 않은 학생이었다. 힘들여 손을 들고 뭔가를 묻고 싶은 만큼 궁금한 게 많지도 않았고, 설령 그런 게 있다고 하더라도 책을 찾아보거나 알아서 해결했던 적이 많았다. (전형적인 한국형 학생이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런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흔히 궁금해 하는 남 사는 얘기도 그랬다. 내 직업이 작정하고 남에게 질문이란 걸 해야하는 기자라는 건 그런 면에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랬던 내가 아이를 낳은 직후부터 모든 게 궁금해졌다. 아이를 처음 낳아봤으니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만 대부분 책이나 인터넷 등등 알아서 해결했던 궁금증을 직접 '묻는' 사람으로 돌변한 것이다. 매일 같이 핸드폰을 붙잡고 같은 질문을 서너명의 진작 엄마가 된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산후도우미 없이도 나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은지, 이렇게 많이 울어도 괜찮은 건지, 수면교육은 언제부터 해도 되는 건지, 유축해서 고작 이 만큼 밖에 나오질 않는데 모유수유가 가능한건지, 트림을 안 했는데 뉘어도 되는 건지, 심지어 아이의 똥 사진을 찍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괜찮은 건지도 물었다. 질문은 끝이 없었고, 대답을 들어도 불안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도 질문이지만 남과 뭔가를 비교하는 일도 잘 안하던 나였는데, 아이에 관련된 일에선 달라졌다. 이 말을 들으면 흔들리고, 저 말을 들으면 불안하고.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다른 듯 아기들의 성향도 아기를 키우는 방식도 사실 모두 다르다. 산후도우미 없이는 못 버틸 거라는 친구도, 닥치면 다 할 수 있다던 사람도, 트림은 반드시 시켜야 한다는 친구도, 너무 연연해 말라는 친구도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을 테고, 자신의 아이에 맞는 나름의 해결책을 선택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각기 자신만의 경험을 이야기해준 사람들 모두 이것만은 같은 얘길 해줬다. '100일의 기적은 온다' 시간이 답이라고 했다. 이랬던 아이도 저랬던 아이도 결국 100일 전후가 되자 뭔가 조금씩 나아졌다고. 


100일이 너무 멀어보여서, 그때는 그 말이 더 절망적이었는데 이제 벌써 50일이 지나고 나자 기적이 온다는 그 100일이 보일듯 말듯 하다. 그리고 너무나 작고, 그래서 너무나 예쁜 이 아이가 하루 하루 쑥쑥 자라버려서 이 작고 귀여운 손과 발이, 눈과 코와 귀가 금세 커져버릴까봐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질문을 하지 않았던 건 아마 게으르고, 귀찮아서였을 것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나진 않았지만 어쩌면 아주 중요한 것들을 때때로 놓치고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후회는 없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는 그렇게 나도 모르게 놓쳐버릴지 모를, 그래서 혹여 이 작고 여린 생명체를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할 것 같은 작은 것들 조차 겁이 나서 나는 부지런을 떨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엄마가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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